경제 선순환 구조를 위한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반드시 성공시켜야

2024-09-20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9월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5.25%~5.50%에서 0.5%포인트 낮춰 4.75%~5.00%로 ‘빅컷(Big cut │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증권가는 이번 결정이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이어갔던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2.00%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6개월 만의 결정이다.

미국 연준(Fed)이 함께 발표한 ‘점도표( 點圖表 │ Dot Chart)’를 통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연내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준(Fed) 의장은 “9월 FOMC에서 위원들은 기준금리의 적절한 경로에 대한 개별 평가를 작성했다”라면서 “경제가 예상대로 발전하면 올해 말 기준금리의 적절한 수준이 4.4%, 내년 말 3.4%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 유동성이 늘면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는 선제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이다.

한편,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9개월 만에 35조 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 9월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9월 현재 1,189조 4,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154조 500억 원보다 3.07%(35조 4,300억 원)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2021년 1,214조 6,6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고금리 영향에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5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35조 4,300억 원 늘었다. 

반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110조 원이나 줄었다. 외국인에 이어 국내 투자자들도 한국 증시를 외면하면서 선진국 중 거의 유일하게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0.5% 인하에도 9월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5.39포인트(0.21%) 오른 2,580.80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9.26포인트(0.75%) 높은 2,594.67로 출발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6.31포인트(0.86%) 소폭 오른 739.51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5.21포인트(0.71%) 높은 738.41로 출발했다.

올 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s │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현상)’를 해소하겠다며 ‘밸류업(Value-up │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자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등 주가가 반짝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세제 지원 내용이 당초의 기대에 못 미치고, 상장 기업들 참여가 부진하면서 시장에 실망을 주었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의 내년 시행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가중되자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되고 있다. 1,400만 개인 투자자도 부진한 한국 증시에서 떠나 해외 주식으로 가야 한다는 “국장(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조롱과 푸념 섞인 유행어를 쏟아내며 투자금을 미국 증시로 옮기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증시는 가계 여유 자금을 기업 투자금으로 돌려 산업을 활성화하고 그에 따른 이득을 가계로 환류시킴으로써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과도하지 않은 증시 활황은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다. 반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생산원가를 높이고 경제시스템 전반을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만든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팽창·증시 수축’은 경제에 백해무익(百害無益)할 뿐이다. 한국 증시의 정상화는 부동산에 쏠린 가계의 자산 구성 재편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해 전체 자산 중 73.6%가 부동산이다. 이는 24% 정도인 미국뿐만 아니라 40%대인 일본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더욱이 60대 이상 은퇴 세대는 자산의 80% 이상을 환금성이 약한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하우스 푸어’가 많아 노후 대비에 어려움이 많다. 이 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와 노후 자금으로 활용되려면 미국처럼 증시가 장기적으론 우상향한다는 믿음을 주어야만 한다.

지난 8월 초 증시 대폭락 사태는 한국 증시가 얼마나 허약한 체질인지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검은 월요일’ 이후 미국, 일본 등 주요 글로벌 증시는 낙폭을 모두 만회했지만,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증시 침체는 정부가 연초부터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는 부분이 큰 문제다. 당초에 밸류업이 추진될 때만 해도 정책이 증시를 끌어올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정작 성과를 보면 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강제성 없이 기업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기업들의 참여도가 저조해서다. 게다가 공매도 금지 등 글로벌 표준과 어긋나는 규제,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의 방파제 역할 외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한 시장을 이끌 주도주가 부족하다는 점도 증시 부진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증시의 경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이 주도하면서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반도체 대장주로 불리는 삼성전자가 8만 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도 20만 닉스를 돌파하며 새로운 대장주로 떠오르는 듯 보이더니만 반도체 시장에 경계 심리가 유입되면서 지난 7월 고점(24만 1,000원) 대비 27.7% 하락했다.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이차전지 업종이 올해 들어 부진한 것 또한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신뢰 회복, ▲우량기업 발굴과 정착, ▲외국인 투자 확대 등이 필수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만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깊이 공유하고, 증시 선진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는데 증시는 외려 쪼그라드는 상황은 반드시 반전시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