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사저’ 매각 논란…호남 민심 뒤숭숭
정치권 머리 맞대고 보전 방안 수립해야
정치권의 큰 이슈로 떠오른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교동 사저 매각 논란이 DJ의 고향, 호남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은 역사적 공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허탈감과 비판이 주류다.
그동안 수수방관하고 있던 정치권에도 ‘때 늦은 호들갑’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 DJ 사저 보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갖는 비중 만큼이나 호남지역민들에게 DJ의 의미는 남다르다. 올해 DJ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뛰어난 업적과 지도력이 다시 소환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군사독재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하고 옥고와 가택연금,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인동초 김대중. 그는 호남 출신 첫 대통령이라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각인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DJ의 동교동 사저는 단순한 사적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보전돼야 한다는 게 보편적인 호남의 정서다.
이는 김홍걸 전 의원이 최근 상속세 부담 때문에 DJ 동교동 사저를 민간업자에게 100억여원에 매각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싸늘한 지역 반응에 잘 나타나 있다.
광주전남김대중재단은 성명을 통해 “동교동 사저 매각을 백지화하고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되도록 정치권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자 서거 15주기인 8월18일에 전당대회 날을 잡은 것을 지적하며 동교동 사저 매각에도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재단측은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37년 간 머물렀던 사저는 군사정권의 암살 위협과 사형선고를 견디며 끝끝내 지켜낸 한국 민주주의 투쟁의 산실이자 역사적 장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병훈 전 국회의원은 SNS를 통해 “사저를 매입한 민간 기업은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지금 한가하게 책임 소재나 따지고 분기탱천해 목소리를 높일 때가 아니다”며 ”“근현대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우선 국가유산청이 사저를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면 서울시 등 관련기관이 개발 행위를 유보하고, 이후 국가 또는 서울시가 해당 부지와 건물을 재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늦게나마 정치권은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이는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해남완도진도)이다. 그는 6억원대 모든 예금을 사저 회수에 내놓겠다고 통큰 제안을 했다. 과거 동교동계 인사들과의 접촉도 부산하다.
정치권이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여야를 떠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동교동 사저 보전 절차나 문화재 지정 방안을 찾는 데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는 시선이다.
그러기에는 동교동 사저가 갖는 역사적, 정치적 의미가 너무 크다. 현행법(기간)을 앞세워 이를 외면하는 것은 후세에 큰 누가 될 게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