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러, 北에 정밀무기 주면 우크라 지원 선 없다”

푸틴 ‘초정밀무기’ 공급 “북한과도 배제 안해” 장호진 “정밀무기 주면 선 없어…러 고려해야”

2024-06-23     이광수 기자
▲ 북한-러시아 회담 관련 정부 성명 발표하는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대통령실은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의 수준에 대해 23일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무기를 북한에게 준다면 우리가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나”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할 장비의 종류와 살상무기 여부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지키면서 러시아 대응에 달렸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나와 “우리가 어떤 무기를 제공할 것이냐는 살상무기든 비살상무기든 굉장히 여러 단계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며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응해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무기지원의 조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밀 무기’를 북한에 공급할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를 밝힌 뒤 ‘초정밀 무기’의 제3국 공급에 대해 “북한과의 합의와 관련해서도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에 대해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정밀무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랬는데, 저희가 정확히 밝힌 발표내용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겠다’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도의 정밀무기를 북한에게 준다면 우리가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나. 국민 여론도 그럴 것이고, 그런 부분은 러시아 측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장 실장은 “한러관계가 우리 혼자만 관리하는 건 아니고 러시아도 당연히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되는데, 최근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러관계를 전쟁 후에 다시 복원시키고 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하라는 말씀”이라고 부연했다.

장 실장은 “탈냉전 후 지난 30여년 동안 지금이 가장 큰 변혁기”라며 “이번 정부 사명 중 하나는 변화된 지형에 맞춰서 우리 국익을 최대화하고 국민들께서 안전하게 사시면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생활을 하실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다만 푸틴 대통령이 한국의 우려를 덜기 위한 메시지도 같이 냈다고 말했다.

북러 협정은 ‘무력 침공’시에 유엔 헌장과 양국 국내법에 따라 군사원조를 한다는 내용인데, 한국과 관련해서는 ‘무력 침공’ 조건이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한국이 그렇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한국이 먼저 침공할 건 아니니까 한국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같이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뭔가 조약 내용에 대해서 우리한테 좀 설명하는 부분도 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장 실장은 특히 러시아 측이 ‘동맹’ 언급을 피하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략적 동반자관계가 굉장히 급이 높은 건 맞는데, 동맹 수준이라고까지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상호 군사원조가) 유엔헌장 51조와 국내법에 따라서라고 돼있어서 자동개입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동맹’과 ‘군사지원’을 언급하지 않은 데 반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차례 강조하고 조약문까지 전격 공개하는 등 양국간 온도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양국 국내법’이라는 군사원조의 조건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해외 파병시) 상원 동의를 얻어야 되는데, 푸틴 대통령이 북한이 뭔가 요청했을 때 하기 싫다면 의회 핑계를 댈 수 있다”고 했다.

장 실장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력 수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비난받고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 그동안 중동 평화에도 기여를 했고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한 핵문제 같은 데도 기여해왔던 나라”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미국하고 대립각이 서면서 북한 핵문제에 좀 북한 편을 드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핵실험 같은 건 상당히 만류하는 거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냐는 것도 러시아가 한 번 생각해봐야 될 필요가 있다”며 “위조화폐, 가짜담배나 만들고 최근 와서는 해킹으로 가상화폐까지 털어가는 북한 같은 나라와 저런 협력을 한다면 자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프리고진 같은 사람의 파트너는 될지 몰라도 러시아가 파트너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군사기술 등을) 지원해주면 북한이 나중에 러시아한테 어떻게 나올지 부분도 러시아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비유하면서 북한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