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온 불청객 '러브버그'···'익충'이지만 민원 잇따라
2022년 4418건, 지난해 5600건 민원 접수 북한산 인접 은평구, 지난해 3340건 신고 전문가 "도시열섬···러브버그, 고온다습 好"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사는 A씨는 올해도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요즘 들어 러브버그가 눈에 띈다"며 "사람한테 해는 안 끼친다지만 너무 징그럽다"고 했다.
2년 전부터 도심을 강타한 러브버그는 올해도 여전히 기승을 부릴 모양새다. '불볕더위' 등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돼서다.
플로리다대학 식품과학농업연구소(IFAS)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26도 이상의 고온 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것으로 연구됐다. 여기에 러브버그는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를 좋아해 자동차 유리창 등에서 목격되는 장면도 발견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러브버그는 2022년 본격적으로 도심에서 모습을 드러낸 후 여름철 대표 혐오 생물로 여겨진다.
윤영희 서울시의회 의원은 전날 '서울시내 러브버그, 팅커벨 대발생 3년차, 민원 폭주에도 서울시 방역조치는 0건'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서울에서 러브버그를 봤다는 민원은 총 4418건이었고, 지난해에는 서울시에서 이 같은 민원 5600건이 접수됐다.
특히 러브버그는 북한산 등 산지에서 자주 출몰한다. 유기물이 풍부한 산지에 러브버그 유충들이 대거 서식하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북한산과 인접한 서울 은평구는 2년간 러브버그 홍역을 치른 대표적인 지역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은평구에서만 관련 민원이 3558건 접수됐다. 이는 서울 전체에서 80% 수준이다. 구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민원 3340건을 접수됐다.
올해에도 구는 러브버그로 몸살을 앓는다. 구 관계자는 러브버그와 관련해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신고 43건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번달 1일부터 14일까지 이 같은 신고를 184건 접수했다고 전한 바 있다.
전문가는 러브버그를 기존보다 더 이른 시기에 보게 되는 원인으로 높아지는 기온을 꼽았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도시 열섬 현상으로 인해 예년보다 더 빠르게 러브버그를 보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교수는 러브버그가 생태계에 이로움을 주는 '익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러브버그는 유기물이나 낙엽을 분해하는 분해자 역할을 한다"며 토양이 비옥해지는 등 "생태계로서는 좋은 역할"이라고 했다.
시도 지난 14일 '생활보건소식'을 통해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지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 않는 익충'이라고 전했다. 또 꿀벌과 같이 꽃의 수분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 교수는 살충제를 활용한 방역을 경계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러브버그를) 죽이면 사마귀, 잠자리 등 포식자도 같이 죽을 것이다"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신 이 교수는 "러브버그는 물을 싫어한다"며 "물을 사용한다면 지자체가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은평구는 러브버그와의 '3라운드'를 대비하는 모양새다.
구 관계자는 "행정동 주민센터에서 지난달부터 영구소독을 했고 보건소에서는 고압 살수반을 가동하고 있다"며 러브버그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