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취약층 시름…소득 하위 20%, 3가구 중 1가구는 ‘적자’
1·2·4·5 분위서 적자가구 비중 전분기대비 증가세 소득 낮을 수록 가구원수 적고 가구주 연령 높아
지난 1분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분배는 개선됐지만 고물가 여파로 인해 적자 가구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60%는 소득보다 소비 지출이 많아 고금리와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 경제의 단면을 보여줬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5만7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상소득은 114만원, 비경상소득은 1만원 등이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24만1000원으로 전년대비 6.6% 늘었다. 통계청은 국민·기초·노령연금 수급액이 증가했고 부모급여 등 공적이전소득 증가가 전체 근로소득 증가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소득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1125만8000원으로 2.0% 줄었다. 5분위 가구 소득은 전년대비 0.5% 감소한 경상소득 1099만원, 38.7% 줄어든 비경상소득 26만8000원 등으로 나타났다.
1분위 1.41명, 2분위 1.78명, 3분위 2.16명, 4분위 2.77명, 5분위 3.17명 등 가구원 수는 소득이 낮을 수록 적었고 1분위 62.6세, 2분위 53.7세, 3분위 50.3세, 4분위 48.9세, 5분위 49.4세 등 소득이 적을 수록 가구주의 연령은 낮게 나왔다.
즉 고령층이거나 가구원 수가 적을수록 월평균 소득이 낮다는 의미다. 다만 월 소득은 없어도 자산이 많아 저축예금 등으로 생계를 꾸리는 가구도 여기에 포함된다.
올 1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1만2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6% 줄었고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509만8000원으로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 비중은 1분위 가구의 경우 주거·수도·광열(22.5%), 식료품·비주류음료(20.5%), 보건(13.5%) 순으로 높았고, 5분위 가구는 교통(15.4%), 음식·숙박(14.8%), 교육(12.1%) 순이다.
최근 고물가로 인해 저소득층의 적자 가구 비중은 다시 늘었다. 적자 가구 비율은 소득에서 조세, 연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로 버는 돈에 비해 쓴 돈이 더 많은 가구를 뜻한다.
올 1분기 1분위 적가가구 비중은 60.3%로 전년동기대비 2.0% 포인트(p) 줄었지만 지난해 4분기 대비로는 4.5%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가구 비중은 2분위 28.9%, 3분위 17.1%, 4분위 18.2%, 5분위 9.4% 등이다.
실제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95만5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2% 증가한 반면 소비지출은 131만2000원으로 8.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1분위 가구당 적자액은 35만7000원으로 계산된다.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 대비 지출이 증가한 것은 2분위(소득 하위 40%)에서도 확인된다. 2분위 적자가구는 28.9%로 지난해 1분기(28.0%)보다 0.9% 증가했으며 2020년 1분기 30.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3분위(소득 하위 60%) 적자 가구는 17.1%로 전년동기 18.2% 대비 1.1%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4분위(소득 상위 40%)와 5분위(소득 상위 20%)는 적자비중이 각각 전년동기대비 2.2%, 0.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비지출이 1분위와 5분위 모두 소폭 감소한 것은 물가의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지난해 소비지출 증가율이 높아서 발생한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