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기획재정부…'경제혁신 계획' 발표 직전 전면 수정
26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회의를 주재하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 시작 5분전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특유의 옅은 미소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틀전인 24일 저녁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회의를 마치고 귀국한데다 어제(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 지친 탓일까.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와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내용은 차지하고라도 발표 과정까지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25일 예정된 3개년 계획 발표를 위해 지난 19일 차관 브리핑, 차관보 상세브리핑, 당일 부총리의 대국민 브리핑 등 상세 일정을 잡았다.
언론들도 이 일정에 맞춰 사전 취재를 마치고 디 데이(D-Day)를 준비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은 차관 브리핑외에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자료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줄줄이 펑크가 났다.
결국에는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주년 담화는 결국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로 탈바꿈했다.
내용도 반 가량이 바뀌었다. 미리 기사를 작성했던 석간신문과 초판을 발행한 조간신문들은 본의 아니게 초유의 오보사태를 초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시 등장한 것이 경제부처에 대한 청와대 불신론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구설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을 감싸왔다.
계속된 말 실수도, 야당의 공격에도 의연했다. 올들어 경제부처 수장의 교체론이 대두됐지만 그때도 청와대는 신임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불신론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기 불과 몇십분전까지 담화내용을 정리했다는 것은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예다.
또한 3개년 계획의 마지막 작업이 현 부총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뤄진 점도 이를 방증한다.
기재부는 사전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교감은 이미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오케이 사인을 이미 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부총리 부재상황에서 기재부 담당자를 호출해 기재부가 제출한 자료를 반가량 뜯어고쳤다는 사실은 이해가 더욱 힘들다.
박 대통령 담화에는 기재부가 발표한 100대 과제중 44개가 사라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경제3개년 계획 발표는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소통부재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며 "불신론이 다시 인책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