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도중 의사가 바뀐다고? '설마'

수술 중 환자 마취되면 의사 바뀌어 초보의사, 다양한 경험 나쁘지 않아

2014-02-18     김태겸 박혜미 기자

"성형 마루타죠! 그 위험한 수술을 경험 많은 의사가 수술해도 부작용이 있는데, 하물며 수술 중에 환자 자신도 모르게 경험 없는 초보 의사로 바뀐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죠"라며 취재진의 인터뷰에 한 여성은 몸서리를 치며 대답한다.

최근 성형외과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성형외과 병원 간에 일명 '손 바꾸기' 괴담이 돌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손 바꾸기’란 수술 중 의사가 바뀌는 것으로 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의사가 페이닥터(월급의사)를 고용해 대신 수술을 하도록 해 몰려드는 환자들의 수술이나 상담을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의 A 병원. 인기 있는 의사들의 수술 일정은 최소 1~2년 넘게 예약이 잡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술을 급히 들어온 원장급 의사는 수술을 준비하다가 환자가 마취되면 페이닥터에게 수술을 맡기고 다른 환자를 보러 갑니다. 동시에 2명의 수술을 하기도 해요” 라며 귀를 의심케 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도 "(환자가 지목한)의사가 손 바꾸고(의사가 바뀌고) 실제 수술은 다른 페이닥터가 수술하는 게 보통이에요. 환자야 마취 이후에는 알 수가 없으니까요"라며 거듭 확인을 해준다.

B 병원도 마찬가지다. 이름이 알려진 스타급 의사들은 다양하게 요청하는 환자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기에 수술 초반에만 참여하고 실제 수술은 전혀 다른 페이닥터들이 집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페이닥터에게 수술을 미루는 의사들의 속사정은 이미 유명세를 탄 의사들에게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을 일일이 상대할 수 없어 '손 바꾸기'가 사용되고 있지만, 수술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병원 관계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 성형외과 중심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들은 주로 페이닥터들의 사고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 여고생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아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던 도중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아직도 뇌사 상태에 빠져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의사는 경력이 만 2년이 채 되지 않는 페이닥터라고 설명하면서, 자격증을 따고 첫 직장에 와서 의료사고를 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손 바꾸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페이닥터들 간에도 일명 잘나가고 못 나가는 의사가 있어 이들끼리도 지명 수술일 경우 마찬가지로 페이닥터가 한가한 페이닥터에게 수술을 미루기도 한다.

의사들 간에는 몇몇 정평이 난 성형외과의 이런 잘못된 관행에 대해 '나쁘지 않다'며 오히려 반긴다고 한다. 이유는 경험이 적은 의사들에게는 비교적 다양한 수술을 경험할 수 있어 초보 의사들에게는 최고의 직장이 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예를 들어 지방흡입 수술이 있으면 성형외과 의사가 상담하고 수술은 전혀 다른 산부인과 의사가 수술하는 상황을 섀도우 닥터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오 모 변호사는 "'손 바꾸기'는 먼저 민사적으로 계약 위반에 따른 사기에 해당하며, 의사로서 ‘설명의무’를 져버린 것으로 환자들은 지명 의사를 믿고 수술 등에 동의했는데 고의적으로 ‘설명의무’를 져버린 것은 ‘배임’에 해당하고 기본적으로 환자는 병원을 상대로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에 종사하는 병원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병원이 크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다. 성형외과는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브랜드화된 병원들로 특히 의사 수가 많으면 당연히 페이닥터(월급의사)들이 많다”고 말한다.

또 "페이닥터들도 수술 경험을 쌓아야 실력이 늘기 때문에 조금 부족하더라도 수술에 들어가는 것이 통상적이다.”며 “그렇다고 페이닥터들이 무조건 수술을 못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명한 사람도 적지 않지만, 그들도 대부분 독립을 서두르고 있어 자주 바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