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수장들 올 경영 키워드는 ‘내실 강화·해외 공략’
선별 수주·수익성 강화로 위기 돌파
건설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확산하자 국내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내실 다지기’와 ‘해외 공략’을 경영 키워드로 내걸었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 공격적인 수주보다는 선별 수주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올해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건설시장의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역량을 결집할 방침이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민간 투자 위축으로 국내 시장이 다소 정체되는 반면 해외시장은 고유가의 영향으로 대형 플랜트 공사 발주가 확대될 것”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사업 쪽으로 우리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또 “노력 여하에 따라 중동, 동남아뿐 아니라 유럽, 미국, 인도도 주력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며 “대형 원전이나 SMR 등 우리의 핵심사업에서 차별적인 기술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한층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건설업계 위기감은 건설사 수장들의 신년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이날 오전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해 올해 건설 산업이 고금리, 고물가와 높은 원가로 사업 환경이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했다.
백 사장은 “건설업 전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의 지속, 업무 방식 변화 및 경영시스템 개선, 안전과 품질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그러면서 올해 가장 큰 목표를 해외 시장 공략으로 설정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해외에 답이 있다”며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 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시장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여개 국가를 방문해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북미지역,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개발사업의 성과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우건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은 내실화를 통한 경영안정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GS건설은 지난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여파로 브랜드 가치 하락과 영업정지 처분, 재무적 타격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표를 전격적으로 교체하면서 올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현장 중심의 조직구조 재편을 단행하고 기초와 내실을 강화, 재도약의 기반을 공고히 해 중장기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또 “엄격한 품질 관리와 수행 역량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고,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신뢰 회복에 주력하겠다”면서 “고객과 시장 이해에 기반한 사업 방향으로 재정비하고, 수익성과 수행능력을 감안한 선별 수주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원가경쟁력 우위 확보를 비롯해 내실 경영을 앞세웠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와 연이은 전쟁 발발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부동산 시장 위축과 건설원가 상승도 계속되어 어려운 경영 여건이 지속됐다”며 “올해는 부동산 PF사업 리스크 현실화가 높은 한 해로 강건한 현금흐름이 경영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디지털 혁신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원가혁신 활동을 통해 계획한 경영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한 대표는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친환경·디지털 등 건설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새롭게 수립한 비전 실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차전지, 저탄소 철강, 수소 등 포스코그룹의 국내외 신사업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청정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과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건설도 내실경영을 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는 “올해는 경영 효율화를 바탕으로 한 내실 경영과 함께 포트폴리오 구조 개선으로 새로운 미래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래사업준비팀을 신설했고, 그룹과 연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등 미래 우량자산 확보와 함께 건설업 AI 신기술 발굴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