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서서히 둔화…전기·가스요금 불안”
“물가, 내년말 2% 근접…전기·가스요금 인상 상방압력”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봤다.
특히 앞으로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점진적 인상이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20일 한은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수요측 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공급충격의 영향도 점차 줄어들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며 완만한 속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간(1~11월) 기준 3.6% 상승하며 목표수준(2%)을 웃돌지만, 지난해(5.1%)에 비해서는 크게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 이후의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인다고 봤다.
올해 하반기 중 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과 석유류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하며 상반기에 비해 0.4%포인트 높였다고 분석했다. 석유류 제외 공업제품, 서비스 등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1.1%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유가 및 농산물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0~11월 중에는 소폭 높아졌지만 추세적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봤다.
향후 물가 여건으로 국제유가는 글로벌 수요둔화 우려와 비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 증산 등이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OPEC+의 감산 지속, 중동지역 지정학적 불안 등은 상방리스크로 잠재한 것으로 평가했다.
국제식량가격의 경우 곡물 가격이 지난해 2분기 고점에 비해 크게 하락했지만, 설탕과 코코아 등 일부 품목의 가격 불안정, 기상이변 가능성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봤다.
민간소비 등 내수에서의 물가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고용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해 민간소비는 점차 개선되지만 통화긴축의 영향으로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 폭 축소 등이 내년 중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단기적으로 크게 올랐던 유가·농산물가격이 하락하면서 11월 중 상당폭 둔화(10월 3.8% → 11월 3.3%)됐지만 앞으로도 이처럼 빠른 하락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12월 중에는 전월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진 후 추세적으로 둔화하며 내년 연말로 갈수록 2% 부근으로 근접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은 측은 “국내외 수요부진 심화, 유가 하락 등의 하방리스크와,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따른 유가 재급등,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강화, 기상이변 등의 상방리스크가 혼재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