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내년 총선 불출마’ 시사…‘친윤·중진 험지 출마’ 물꼬 틀까
김기현, 주변에 “국회의원 영광 다 이뤘다” 취지 발언 침묵하며 고심 계속…“이르지만 결정적 시기에 결단” 인요한 “빨리 결단하라” 연일 촉구…호응 움직임 아직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당 지도부·중진·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에 호응하는 인사가 없는 가운데 대상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대표가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김 대표가 권고에 먼저 호응하면서 다른 이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결단에 물꼬를 틀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김 대표로서는 두 선택지 모두 모험인 데다 결단을 하더라도 추후 효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만큼 장고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몇몇 지도부 인사들에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1기 지도부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도 전날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과거 저희와 대화하면서 본인 스스로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말씀을 하셨다”며 충분히 당과 국가 발전 측면에서 이제는 검토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대상자로 호명되는 이들은 인 위원장이 강력 권고한 지 5일이 지난 이날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인 위원장은 직접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유력 인사들에게 전화해 결단을 촉구했다고 밝혀 왔다.
인 위원장은 지난 6일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가 다 알지 않느냐”며 “어제(5일) 저녁에도 결단 내리라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떠오른다’는 질문에는 “그중에 한두 명만 결단 내리면 따라오게 돼 있다”며 사실상 대상자를 특정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최강시사’ 인터뷰에서도 “여럿, 특히 어제(6일)는 충청권 의원과 통화했다”며 “김 대표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에게 좀 심한 표현이지만, 분류에 있는 분들을 여러 군데에서 지적했다. 시간을 좀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도 인 위원장의 생각처럼 권고를 ‘안 받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려면 누군가가 먼저 신호탄을 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김 대표가 언제 결단을 내릴지는 불투명하다. 두 선택지 모두 김 대표에게는 모험인 데다 결정하더라도 당내 인사들의 후속 움직임, 총선에 미칠 영향 등 고려할 요소가 많아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총선 5개월 더 남았는데 당장 큰 결정을 한다는 건 해당 정치인 입장에서 가혹하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방향이 설정됐으니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것 같지만, 아직 결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추후 불리할 수도 있는 총선 정국을 뒤바꿀 ‘최후의 카드’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고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 위원장의 권고가 먼저 나오면서 카드를 앞당겨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가 점차 여론의 호응을 얻게 되면서 김 대표를 필두로 중진과 친윤 핵심 인사들의 결단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여전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인 위원장의 권고가 결국 우리 당의 혁신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 것 같다”며 “이른 감이 있지만 김 대표 나름대로 결정적인 시기를 염두에 두고 결단을 내리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당 관계자도 “총선이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인 위원장이 그 카드를 일찍 꺼냈기 때문에 실제로 공천하는 과정에서 (권고안이) 굳건한 방향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