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구조물·철근 누락, 민간 0곳 vs LH 22곳…조립식·재래식 공법 차이 원인 지목
‘현장서 일일이 배근’ 기술 적용 어려웠던 점 지목 국토부 “배근 복잡해 시공과정서 누락 가능성 높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에는 철근 누락이나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부실시공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22곳에서 무더기로 철근 누락이 발견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3일 2개월 간의 전수조사를 거쳐 무량판구조가 적용된 전국 민간아파트 378개 단지 중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이 발견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에는 민간 아파트 단지 외에도 서울주택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급한 공공 무량판 아파트도 포함된 것이다.
이날 공교롭게도 LH는 앞서 전수조사에서 빠졌던 민간참여사업 단지 19곳과 자체 시행단지 11곳에 대해 추가 조사한 결과 의왕초평A3, 화성비봉A3 등 2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철근이 빠진 LH발주 아파트 단지는 121개 단지 가운데 총 22개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민간 아파트와 LH 아파트의 결과가 대조를 이루면서 LH 책임론이 커질 전망이다. 또 LH 아파트의 철근 누락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부는 LH 아파트에만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이 쏟아진 원인에 대해 공법의 차이를 지목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는 재래식 공법을 썼다”며 “배근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시공 과정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높고, 설계에서도 개별로 안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은 대체로 천단보강근이 제작된걸 설치하는 걸로 진행을 해서 실패가 나올 확률을 줄이는 공법을 채택하고 있다”며 “공사비를 비교해 봐도 재래식 공법이 가장 저렴하다”고 말했다.
LH는 현장에서 일일이 전단보강근을 일일이 감아주는 ‘재래식’ 방식으로 설치하는 반면 민간 건설사들은 공장에서 전단보강근이 배근된 기둥을 일체형으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설치하는 이른바 ‘조립식’ 방식으로 진행하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도 “비용절감을 위해서 현장 시공이 복잡한 공법을 LH가 많이 채택한것도 원인일 것이고 무엇보다 LH가 아파트의 설계, 시공, 관리 감독에 있어서 이상이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민간 아파트와 공공 아파트의 공법, 공사비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아파트와 민간아파트는 공사비 등의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LH의 문제사례와 민간아파트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며 “무량판 구조 자체가 위험하고 못쓸 방식이 아니고 적절한 설계와 시공이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LH 관계자는 “LH가 새로 개발한 공법이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널리 쓰이지 않는 방식이다 보니 현장에서 익숙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