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시원하다, 땀 뻘뻘 별미…부천 '털보 김환수 낙지아구'

2014-01-12     박영주 기자

 빨간 양념을 혀끝에 걸치자 땀이 송송 맺힌다. 콩나물 숲을 헤매 찾은 새우가 빨간 외투를 벗고 입안으로 들어오자 고소한 맛이 퍼진다. 해산물과 매운 양념이 범벅된 해물찜으로 배를 불리면 온몸이 땀으로 젖기도 한다.

그럼에도 해물찜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맛있는 매운맛과 함께 새우, 꽃게, 오징어, 미더덕, 가리비, 낙지, 오징어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칼슘, 키토산, 타우린, EPA 등 풍부한 영양소 덕분이다. 해산물을 즐겨 먹는 식습관은 성인병 사망원인을 23%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만큼 솜씨가 서툰 음식점은 피해야 한다. 해물은 비리고 그 위에 얹은 콩나물은 질겨 제 각기 떠도는 맛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경기 부천 원종동 276-7번지에 터를 잡은 ‘털보 김환수 낙지아구 전문점’(032-676-5755)은 1985년부터 해물요리 한우물만 팠다. 이미 맛집으로 정평이 나 멀리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주방장 모자를 쓰고 웃고 있는 털보 아저씨 캐리커처 밑에 달린 손잡이를 열고 들어서면 80여명은 수용할만큼 넓은 실내에 테이블 여러 개가 놓여있다. 모두 좌식형으로 돼 있어 치마를 입은 여자 손님은 불편할 수 있다.

메뉴판은 단조롭다. 아구찜, 해물탕, 해물찜이 소·중·대·특대로 나란히 적혀있다. 1만8000원을 추가하면 간장게장 정식이 마련된다. 점심시간에는 1인 7000원에 맛볼 수 있는 낙지볶음이 인기 메뉴다. 4인 기준으로 해물찜은 대(6만원)가 적당하다. 2인은 소(4만원), 3인은 중(5만원), 5인 이상은 특대(7만원)를 추천한다.

주문하면 바로 샐러드, 버섯 무침, 홍어찜, 김치 등 밑반찬이 나온다. 메인음식이 나오기 전 등장하는 죽과 미역국도 간이 적절하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세숫대야 만한 그릇에 담긴 해물찜을 보면 식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통째로 그릇에 빠진 낙지와 가리비는 주인아저씨가 눈앞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살이 꽉 찬 게를 이로 살짝 깨물면 살들이 입안으로 빨려 들어온다. 잔 조개가 아닌 큼지막한 가리비는 쳐다만 봐도 먹음직스럽다. 쫄깃한 낙지와 오징어, 부드럽게 씹히는 이리와 새우가 함께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해물을 찍어 먹을 수 있는 간장겨자 소스가 인원에 맞게 제공돼 깔끔하다. 매운맛에 땀을 흘리고 나면 개운함마저 느껴진다. 매운 양념이 부담스럽다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관자도 푸짐하게 제공된다. 남은 양념에 김 가루를 넣고 볶은 밥도 별미다. 김의 고소함과 양념이 매콤한 잔여 해물의 식감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다 먹고 긁어먹는 누룽지의 고소함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도 마련됐다.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 벽지가 먼저 호기심을 자극한다. 안에는 문구점 앞에 놓인 게임기가 여러 대 놓여있어 초등학생들도 좋아한다. 식사를 마친 후 나오는 바닐라·딸기·초콜릿 아이스크림도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췄다. 성인들을 위한 자판기 커피도 무료다. 연중무휴 오후 10시30분까지 운영하며 주차공간은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