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비리 얼룩' 광해공단 前본부장 등 13명 무더기 기소
투자수익금 명목으로 뇌물 챙겨…딸, 매제 취업까지 청탁
검찰이 광해방지사업과 관련한 각종 뇌물·유착, 입찰 비리, 대학 교수들의 연구용역비 횡령 등을 적발하고 관련자 13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매년 수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광해방지사업을 주관하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수사기관에 의해 비리가 적발된 건 2006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원곤)는 광해방지사업체로부터 각종 특혜, 편의 등을 제공해준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한국광해관리공단 전 광해사업본부장 권모(56)씨와 전 충청지사장 이모(5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또 공단에 뇌물을 제공한 관련업체 대표와 사업관련 연구용역비를 빼돌린 교수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단 팀장을 포함한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와 이씨는 공단에 재직했던 2009년 3월~4월 광해방지사업체인 A사의 조모(71·구속기소) 전 대표와 김모(54·구속기소) 대표로부터 투자수익금 명목으로 각각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권씨 등은 2005년 12월~2006년 1월 조 전 대표에게 A사의 설립자본금으로 5000만원씩 차명으로 투자하고 사업상 편의를 제공한 뒤 투자 원금을 돌려받으면서 별도의 수익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는 또 한국광해협회에 자신의 딸을 취직시키고 A사에 친인척 취업을 청탁했다. A사는 권씨의 친인척이 퇴직한 후에도 2년6개월간 8000만여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한 덕분에 설립 이듬해부터 광해방지사업 수주 실적이 급증했다.
이씨 역시 다른 광해방지사업체로부터 직무와 관련된 청탁과 함께 7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적발됐고, 공단의 한 팀장급 간부는 또다른 광해방지사업체 대표로부터 설계변경 승인 등 사업 편의를 제공해주고 1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들러리 업체를 내세운 입찰비리나 대학 교수들의 연구용역비 횡령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광해방지사업체 B사는 지난 2월 공단이 발주한 토양오염복원용역 사업에 단독으로 응찰해 유찰되자, 동종 업체를 다른 입찰에서 밀어주는 조건으로 경쟁입찰에 들러리로 참여시켜 공사를 수주했다.
광주과학기술원 김모(45·구속기소) 연구교수는 2008년 9월~2013년 7월 공단이 광해방지전문사업자들에게 발주한 사업의 분석용역을 수행하고 용역대금으로 19억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김 교수는 학내창업제도를 악용해 본인 명의로 개인회사를 설립한 뒤 광해방지사업체들이 발주한 토양오염분석 용역을 학교 대신 본인 회사 명의로 용역계약을 맺고, 과기원 장비와 연구인력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이를 묵인해준 김모(48·구속기소) 광주과기원 환경분석센터장에게 2억원 상당의 뇌물을 건넸으며, 광해방지사업체로부터 용역 계약을 따내기 위해 다른 교수와 함께 2000만원을 뇌물로 제공했다.
사립대의 한 교수는 광해방지사업 관련 용역을 수행하면서 대학산학협력단에 물품대금 등을 부풀려 청구하는 방법으로 7억2000만원을 빼돌렸고, 또다른 사립대 교수도 산학협력단에 물품대금을 부풀려 청구하는 방법 등으로 연구비 5960만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광해방지사업 관련 연구용역·장비 공급업체 대표는 사립대 교수들과 공모해 물품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4억5690만원의 연구비를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광해관리공단 임직원은 공단과 광해방지사업을 사유화하고 광해방지업체와의 유착을 통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며 "공단 또는 공기업 직원이 직무 관련 업체에 대한 지분 소유 자체를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