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박종환 감독 "리그 우승까지 도전해보겠다"
"자신이 없었으면 이렇게 돌아오지도 않았다. 중상위권 나아가 리그 우승까지 도전해보겠다."
'우승 청부사' 박종환(75) 성남시민프로축구단 초대 감독이 새 시즌 노익장 돌풍을 예고했다.
박 감독은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성남시청 9층 상황실에서 임명장을 전달받고 '박종환호'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앞으로 3년 동안 성남을 이끈다.
이로써 박 감독은 지난 2006년 대구FC 지휘봉을 내려놓고 지도자 생활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하게 됐다.
박 감독은 "성남의 시민프로축구단 출범을 축하하며 나를 그 초대 사령탑으로 선택해준 이재명 성남시장 이하 모든 관계자들, 또 성남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성남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훌륭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약속한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75세. 프로축구 역대 최고령 감독이다. 팀을 이끌기에 박 감독의 나이가 다소 많지 않느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있으나 정작 당사자는 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박 감독은 "만으로 41년 간 지도자 생활을 했고 지난 7년 간 휴식을 취하며 꾸준히 축구 공부를 했다. 나는 평생을 축구를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며 "7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현역으로 돌아온 나를 두고 많은 분들이 염려하시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축구 모임을 통해 직접 경기를 뛰고 있다. 젊은 사람들과 달리기 경기를 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나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면 감독 제의를 결코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얼마든지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자신감이 없었다면 이렇게 돌아오지도 않았다. 앞으로 한 번 지켜봐 달라. 중위상권 나아가 리그 우승에까지 도전해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감독직 수락이 신의 한 수가 되기 위해선 새 시즌 개막 전까지 팀을 어떻게 꾸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박 감독은 "선수 구성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단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뒤에 누구와 함께 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큰 변화는 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코칭스태프의 경우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안익수 감독 체제에 있었던 코칭스태프들과 함께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과거 박 감독은 '무서운 지도자'로 통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던 그였지만 이제는 소통과 화합을 새로운 축구 철학으로 내세웠다.
박 감독은 "한 때 '악명'이 높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시대도 내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며 "이제 예전처럼 강하게 팀을 이끌던 시대는 갔다. 감독·코칭스태프·선수들 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소통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현역 선수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다가설 생각이다"고 말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명감독이지만 공백 기간이 길었다. 7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만큼 현대 축구와 맞서게 될 박 감독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다.
박 감독은 "최근 축구 트렌드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데 결국 축구는 시대와 관계없이 다 똑같은 것이다. 탄탄한 기본 위에 누가 더 뛰어난 전술·전략·팀워크를 입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며 "어떤 팀을 맞게 되든 감독은 선수 탓을 하면 안 된다. 감독이 선수에 맞는 전술을 만들어내야 한다. 새 시즌 성남의 부활을 위해 선수들을 단련시키겠다. 어정쩡한 축구는 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원로격에 해당하는 박 감독은 앞으로 K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젊은 감독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백전노장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후배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박 감독은 "K리그가 출범한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그 사이 한국 축구의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다. 젊은 감독들도 한국 축구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몇몇 팀들은 아직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결국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감독이라면 어떤 상대와 만나더라도 항상 그에 맞는 전략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는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다. 내가 솔선수범하며 지도자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현 FIFA U-20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고 '4강 신화'를 일궈낸 명장이다.
프로축구에서의 업적도 남다르다. 성남일화의 창단 감독(1988~1996년)으로 팀을 지휘하며 1993년부터 1995년까지 K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