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보물 제1호, 아십니까?

2013-12-18     유상우 기자
▲ 농업보물 1호 포천 운천 겨리쟁기

소 한 마리로 가는 쟁기를 ‘호리 쟁기’, 두 마리의 소에 메어 사용한 쟁기를 ‘겨리 쟁기’라 한다. 이 가운데 겨리쟁기는 북부 지방이나 강원도 산악 지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쟁기로 흔치 않다. 특히 100여년 된 겨리쟁기는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희귀하다.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이 100년 된 겨리쟁기를 확보했다. 경기 포천시 영북면 운천리에서 가져왔다. 성에 길이가 3m에 달하는 대형으로 보습과 볏, 쌍멍에, 탕개줄 등 부속 도구들이 잘 보존돼 있다. 이 쟁기는 민속학자인 김광언 인하대 명예교수를 통해 찾게 됐다.

김재균 농업박물관장에 따르면 이 쟁기를 기증받고자 2008년부터 5년을 공들였다. 기증자인 임모씨는 조부가 남긴 물건이라며 기증할 수 없다고 버텼다. 지난해 임씨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을 다시 접촉했으나 역시 기증을 거부했다.

김 관장은 “임씨의 아들과 친분 있는 동네 농협 관계자 등 주위 사람들을 동원해 설득하는 등 공을 들여 지난달 기증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 농업보물2호 평창 상월오개 인걸이
농업박물관은 소장유물 5000점 가운데 역사적·희소 가치가 뛰어난 10점을 ‘농업보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농기구연구자와 농업민속 박물관 관계자 등 농업유물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쳐 포천 겨리쟁기를 보물 1호로 선정했다.

축력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끈 강원 ‘평창 상월오개 인걸이’, 논바닥의 흙덩이를 고르게 부수는 도구로 폭이 230㎝나 되는 전남 ‘영광 하사 써레’가 보물 2, 3호다.

밭농사 지역인 제주에서 지역적 특성을 살려 만든 ‘서귀포 시흥 남태’, 발로 밟아 곡식을 찧거나 빻는 도구인 ‘신안 당두 외다리디딜방아’, 쟁기만을 운반할 목적으로 제작된 ‘쟁기운반 지게’, 벼만 40가마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초대형 야외 곳간인 ‘진주 대곡 나락뒤주’, 옹기가 들어갈 수 없는 두메산골에서 사용된 ‘삼척 판문 나무독’, 소나 말에게 먹이를 담아 주던 세 칸짜리 ‘세 칸 구유’, 닭을 기르는 우리 ‘신안 방월 어리’가 보물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 농업보물 7호 진주 대곡 나락뒤주
또 충남 ‘태안 근흥 말굽쇠따비’, 전남 ‘영광 안마도 코끼리 이빨따비’ 등 주요농업유물 40점을 선정했다. 농기구 대부분은 50년 이상 된 것들이다.

농업박물관은 농업문화재로 지정된 농업유물 중 16점을 19일부터 내년 3월30일까지 농업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전시한다.

김 관장은 “농업문화재 지정은 농업유물이 역사가 짧고 흔하다는 이유로 다른 유물들보다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저평가됐고 학계 등으로부터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자성에서 비롯됐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농업유물에 새로운 생명과 가치를 부여해 농업유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전화하고 농업인들에게는 자긍심을 고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