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압승 與, 공천개혁 등 혁신위 띄우는 이유
2020년 4월 총선 참패…사천 논란 자멸 반면교사로 더불어민주당 혼돈 상태 틈타 공천·정당 개혁 선점
6·1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이 공천 개혁 등 혁신위원회를 띄우고 있다.
지방선거에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혼돈 상태인 틈을 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과 정당 개혁을 통해 혁신을 선점하며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2020년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가 공천이 사천 논란에 휩싸이며 자멸했다는 실패의 교훈도 반면교사로 삼으려 하는 듯하다.
그러나 공천시스템 개혁에 대해 당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권력을 확고히 하려는 실세 세력과 이준석 대표 간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이르면 이번 주 혁신위원 추천을 마치고 본격적인 혁신위원회 활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일 출범을 알린 혁신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 혁신위원 9명 추천을 마칠 예정이다. 이르면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직후 본격 가동되는 혁신위는 '으뜸당원' 도입과 공천시스템 수정 등이 담긴 정당 개혁을 이끌게 된다.
혁신위 방안에는 유령당원 등을 악용해 특정인이 경선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천시스템은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전략공천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꺼낸 것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보다 먼저 '혁신' 이슈를 선점해 대중에게 '개혁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년여 임기가 남은 이 대표가 으뜸당원 육성과 공천시스템 개혁을 통해 당 장악력을 키우겠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성 상납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혁신위를 통해 당내 권력 투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혁신위가 꾸려지기 전부터 공천시스템 개혁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권력을 확고히 하려는 세력과 이 대표 간 갈등이 촉발될 수 있어서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의 생사여탈을 결정하는 공천룰 등을 둘러싸고 계파 간 갈등이 첨예했고, 최악의 경우 당이 쪼개져 세력을 잃는 상황이 되풀이된 바 있다.
오는 2024년 제22대 총선 공천권을 거머쥘 차기 당대표가 공천시스템 개혁안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공천권이 소위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는 막강한 권력 도구인 만큼 당권을 넘어 대권 도전 의지를 가진 차기 당대표가 개혁안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되는 안철수 의원은 이날 선거캠프 해단식 후 취재진에게 "혁신은 필요하다. 잘 될수록 혁신을 먼저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정책적인 부분 등에서도 (혁신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정체성과 존재감을 보여주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전반적으로 혁신이 필요하겠지만, 혁신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표는 공천시스템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공개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2024년 총선 공천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의중이 미칠 수 있다'는 질문에 "국회의원을 자기 사람으로 채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어떻게 됐나"라며 "내 사람을 넣는 것과 정권의 성공은 결코 관계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