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겨울여행, 충북제천으로…가본데 들어본곳 말고

2013-12-02     손정빈 기자

어디로 가야 하나. 여행계획에서 가장 큰 고민이다. 해외로 떠날지, 국내를 돌아볼지 결정해야 한다. 바다로 갈지, 산을 오를지도 정해야 한다. 강원, 부산, 인천, 설악산, 지리산, 골라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더 큰 문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소들은 한 번쯤은 가본 곳이라는 점이다.

이럴 때 눈길을 돌려볼 만한 국내 여행지가 바로 충북 제천이다. 여행을 즐기는 남녀들에게 제천은 이미 괜찮은 관광지다. 1년에 한 두 번 도시를 떠나는 이들에게 제천은 아직 생소하다.

제천은 그러나 멋진 풍광과 맛있는 먹거리, 오밀조밀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

제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봉산에 오르는 것이다. 비봉산은 '새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의 해발 531m 명산이다. 비봉산 외곽 순환도로를 통해 정상까지 모노레일을 이용해 올라가면 청풍호 주변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봉산 정상에는 패러글라이딩 활주로가 있어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날에는 패러글라이딩까지 즐길 수 있다.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은 오전 9시~오후 4시25분 총 56회 운행한다. 요금은 성인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청풍호 주변에는 자드락길도 있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뜻하는 순우리 말이다. 자드락길을 걸으면 청풍호반과 어우러진 산촌을 즐길 수 있다. 가장 긴 작은동산길(19.7㎞ 280분 소요)부터 가장 짧은 정방사길(1.6㎞)까지 7개 코스를 갖췄다.

 


◇교동 민화마을

제천시 교동 민화마을은 전국에 흔한 민화마을과는 다르다. 벽에 그림 몇 점 그려놓고 민화마을 벽화마을이라 부르지 않는다. 교동 민화마을은 마을 전체가 민화로 덮여있다. 2009년부터 그려진 100여점의 민화가 마을 구석구석을 채웠다. 다양한 그림을 보다보면 어느새 마을을 한 바퀴 돌게된다.

마을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보는 이의 재미를 더한다. 어변성룡(魚變成龍), 즉 ‘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는 이 말은 합격이나 출세를 상징한다. 이곳에서 미래의 행운을 빌어보는 것도 좋다. 민화를 직접 배울 수도 있고 1970~80년대 골목에서 아이들이 즐기던 여러가지 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민화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대장간과 솜틀집도 복원 중이다.

◇산야초 마을

산야초 마을은 제천시 수산면에 있다. 마을 뒤편으로 펼쳐진 금수산이 마치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산야초 마을은 이름 그대로 약초를 주제로 한 마을이다. 작은 농촌에 불과하던 이곳은 2003년부터 변신을 시작했다. 지금은 낯선 이름이 된 심마니가 이 마을에는 아직도 20여명 있다. 자신들이 채취한 약초를 마을 방문객에게 내놓고 있다. 이 마을 이름이 산야초 마을이 된 이유다. 좋은 야생 약초를 구할 수 있다.

 


약초뿐 아니다. 약초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도 마련돼 있다. 한방차는 기본이고 약초 베개, 화장품, 비누 도 있다. 또 이런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약초 잎을 가지고 천을 염색해 볼 수도 있다.

◇배론 성지

2001년 충북 기념물 제118호로 지정된 배론 성지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가볼 만하다. 이곳의 사계절 변하는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 만이 아니다. 배론 성지가 가진 근대사적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01년 신유박해로 천주교 박해가 시작되자 많은 천주교도가 이곳 배론 산골에 숨어 살았다. ‘황사영 백서’로 유명한 황사영도 이곳으로 은신했다. 조선 천주교 사상 두 번째로 신부가 된 최양업도 이곳에서 1861년 순교했다. 최양업의 일대기는 성지 한 켠에 조각돼 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배론 성지는 영어가 아니다. ‘배론(舟論)’은 이곳의 지형이 배 밑바닥과 같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