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에 관계 개선하자던 김정은, 열병식서 “소멸” 위협

文 친서에선 “남북 관계 개선 발전 가능”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

2022-04-26     뉴시스
▲ 손 흔드는 북한 김정은. /뉴시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열린 열병식에서 핵 무력을 이용해 상대를 소멸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주고받은 친서 내용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26일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 핵 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금 우리 무력은 그 어떤 싸움에도 자신 있게 준비돼있다”며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주고받은 친서 내용과는 큰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했던 나날들이 감회 깊이 회고됐다”며 “우리가 희망했던 곳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남북 관계의 이정표로 될 역사적인 선언들과 합의들을 내놨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지금에 와서 보면 아쉬운 것들이 많지만 여태껏 기울여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계속해 진함 없이 정성을 쏟아 나간다면 얼마든지 남북 관계가 민족의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했던 김 위원장이 5일 만에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 위협할 만한 발언을 하자 모순적인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향후 북한이 핵 물질과 핵무기 탄두의 수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핵무기 탄두의 종류를 다변화해 전략핵과 전술핵을 모두 운용하겠다는 의미”라며 “또 핵무기를 운반하기 위해 필요한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등 운반체를 다변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류 위원은 또 “북한이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전략 핵무기와 화성-17형 등 대형 운반체를 통해 1격(First Strike) 능력을 획득한 후 핵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는 북한 핵 전략의 변화를 확인시켜주는 내용”이라며 “핵 기습 공격 능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침략 능력 강화 의도의 선언”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