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분리’라면…공수처는 왜 검수완박 안하나”…법조계, 與 모순 지적
대한민국 검사 조직은 대검찰청·군 검찰·공수처 세 곳인데 검찰청 검사의 수사권만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을 잃는 것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가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으로 채택된 것과 관련, 대검찰청 소속 검사와 마찬가지로 검사의 지휘를 갖는 공수처 검사, 군 검사의 수사권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검찰청 검사의 수사권을 배제한다’는 내용만 담고 있어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국회에 상정한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없애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법안은 크게 ▲6대 범죄를 포함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제3수사기구 신설 ▲검찰 공소청 설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구체적으로 김용민·황운하·이수진 의원 등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을 살펴보면, 검찰청법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설치해 검사는 공소의 제기·유지 등만 담당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새로 설치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수사관이 현재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인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를 수사할 수 있다. 법무부장관 소속 특별수사청(특수청) 수사관도 중수청 수사관과 같이 6대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데, 수사·공소 업무 공무원이 범한 범죄도 수사 가능하다.
하지만 중수청·특수청의 중복되는 역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중수청의 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 등에 대한 논의나 법안은 없다. 법안 대로라면 경찰이 수사권을 가졌던 6대 범죄 수사권도 모두 일단 경찰에 이양된다. 공수처·검찰·경찰 등 3개 수사관이 서로 감시하고 견제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기대다.
황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TBS 라디오에서 “중장기적인 국가 수사 권능의 재편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와 같은 원칙이라면 공수처의 수사권은 왜 건드리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특수부 출신 김영종 변호사(법무법인 호민)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한민국의 검사 조직은 대검찰청, 군 검찰, 공수처 세 곳인데 검찰청 검사의 수사권만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군 검사의 수사권도 떼어서 군 경찰에게 주고 기소 역할만 하게 해야 한다”며 “공수처 검사의 수사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금태섭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이유로 검수완박을 하려면 공수처부터 폐지해야 한다”며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질 뿐 아니라 검찰,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빼앗아 올 힘까지 있는 막강한 권력기관이다. 공수처는 ‘착한’ 권력기관이고, 검찰은 ‘나쁜’ 권력기관인가”라고 했다.
반면 공수처의 수사권·기소권은 검찰의 수사권·기소권과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출범 당시에 공수처는 검찰이 아닌 특별경찰관에 가깝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었는데, 갑자기 힘있는 기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해서 수사권만 갖고 있는 기관이다. 공수처에서 수사권·기소권을 갖고 있는 수사 대상자는 전국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로 5000여 명으로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검수완박 반대 논리로 공수처를 말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