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검수완박’ 반발 검찰과 전면전
‘여권 수사 무관’ 여론전도 “검찰 만능주의자 尹, 거부권 행사할 것”…文 임기 내 신속추진
더불어민주당이 11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검찰과 전면전에 나섰다.
현 여권과 가까운 김오수 검찰총장마저 사퇴를 시사하며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검찰의 집단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개혁 당위성을 앞세워 압박에 나섰다.
동시에 민생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검찰 수사권 박탈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 등 현 여권 인사들을 비호하기 위한 ‘힘빼기’란 세간의 시선도 의식한 듯 명분쌓기에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검찰은 사회 정의를 지키는 곳이지 정치행위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도를 넘은 정치개입을 즉각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비대위원장은 “언론을 상대로 직접적인 정치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엄중히 경고한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검찰은 왕왕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런 일은 결코 국민들로부터 박수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은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박탈하고 기소권만 남겨놓는 게 핵심이다.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나 특별수사청 등 외부기관을 만들어 넘기거나 경찰로 넘기는 등의 안이 논의 중이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수완박 당론 추진 여부를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 처리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법사위 소속 박성준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고 자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하는 사·보임을 단행하면서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의 유일한 저항 카드인 안건조정위원회도 사실상 무력화시켜 놓은 상태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는다면 압도적 의석수를 바탕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등 관련 절차를 밀어붙여 윤 당선인 취임 전 4월 국회 내 처리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 검수완박을 저지할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 임기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검수완박이 실제 대다수 국민과는 별 상관이 없는 문제인데도 민주당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검찰·언론개혁을 지상과제로 외치는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명분 삼아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극심한 이슈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압수수색 등이 실시된 시점이어서 ‘여권 비호’를 위해 검찰의 힘을 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엄존한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민생’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당위성 확보에도 나섰다.
윤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국회가 논의하려고 하는 검찰개혁은 기득권과 특권을 가진 검찰에서 정상적인 검찰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비리수사 막기를 위해서 검찰개혁 한다고 비아냥거리지 말라”며 “수사권이 야당에 오는 것이냐. 그 수사기관은 윤석열 정부 수사기관이고 윤석열 정부에서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우리 당 지지자 분들에게도 말씀드린다. 윤석열 정부 보복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개혁해야 한다는 말씀하지 말아달라”며 “특정 사건 수사를 막고 또 특정사건 수사를 하게 하기 위해서 검찰개혁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세계적 추세와 국민적 요구를 바탕으로 수사와 기소를 각각 전담하는 국가 기관 간 상호 견제를 통해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들이 사법행정에서 억울한 일 없게 하기 위해 입법을 논의 중”이라며 “집중된 검찰의 권한 분산은 국민 기본권 향상을 위한 시대 정신”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떼내서 경찰이나 다른 기관에 준다고 해도 다 윤석열 정부 하에 있는 행정기관들”이라며 “우리들은 통상적이고 필요한 제도 개혁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길게 끌거나 괜히 정치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내에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남아 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수사권을 어디로 둘지 등에 대한 이견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검수완박은 진영대결이나 갈등만 증폭시켜 지방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다.
실제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는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찰개혁에 대한 자성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비대위원인 이소영 의원은 “우리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명분과 내용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국민들이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일 때에만 실제 사회 변화와 제도 안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당과 정부가 지난 수년 동안 추진해왔던 검찰개혁이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수사·기소 분리의 목표는 어떤 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합리적인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누가 담당해야 하는지, 경찰이 담당할 경우 경찰로의 권한 집중과 그 부작용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이전보다 어떻게 더 낫게 확보할 것인지 우리 당의 대안과 입장이 반드시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이 신빙성이 결여된 검찰개혁 반대 의원 명단을 돌리고 문자 폭탄을 쏟아내는 등 검수완박 강경론이 힘을 받는 상황이어서 결국에는 의총에서 당론 채택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여전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