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특권 공방 재점화…국회사무처 '반론'

2013-11-17     이원환 기자

시민단체들이 국회 회의 방청권 보장과 의원 징계심사 기한 설정 등 내용을 담은 청원을 하는 등 국회 특권에 제동을 걸자 국회가 이례적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국회사무처가 그간의 비판 공세에 더 이상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향후 국회 특권을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공방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시민사회 "국회 특권 여전하다. 좀 더 내려놔라"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에 참가한 11개 단체는 지난 14일 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소개로 제출한 청원서에서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 방청을 제한하는 국회법 규정을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청원서에는 국회 담장에서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 밖에 ▲국회의원의 소개가 없더라도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온라인 청원 제도까지 마련해 달라 ▲국회의원 징계안 심사기한을 정해 징계여부를 반드시 결정해 달라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해 달라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이들 단체는 "국회가 대의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입법과정에서 시민들과 접촉면을 대폭 확대하고 참여민주주의를 강화하며 국회 자정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청원서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이학영 의원은 청원 소개 의견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국민의 의견에 가장 밀접하게 존재해야 하고, 그 의사를 입법과정에 충분히 반영해야 하지만 국민의 국회 접근을 제한해 왔다"며 "국민에게 더 개방되고 국민의 의사에 반응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산하기관인 국회사무처,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국회도서관 등에 대한 감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행정부에는 호통치기 바쁜 국회가 산하기관에 대해서는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며 특권을 향유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국회 산하기관 감사 효율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운영위원회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원회의 피감기관 1곳당 평균 감사 소요시간은 약 134분이었지만 운영위의 국회 소속 기관 4곳 대상 평균 감사 소요시간은 1곳당 28분에 그쳤다. 이는 다른 피감기관의 20% 수준이었다.

바른사회가 운영위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질의내용 중 34%는 운동장 인조잔디 교체, 국회어린이집 확충, 수행비서 수당 인상 등 민원에 가까운 내용으로 나타났다.

운영위 의원들이 국감기간 동안 배포한 국회 소속 4개 기관 보도자료도 평균 1.75건에 그쳤다.

운영위 의원들의 감사의지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위원장과 결석한 위원을 제외한 운영위 소속 의원 24명 중 10명(41.6%)은 국회산하기관 국감에서 단 1번도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사회는 "국회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의 경우 통상 전직 다선 국회의원이 차지하게 된다"며 "감사반원인 국회의원들이 사무총장과 사실상 한식구라 제 식구 감싸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가 감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그만해라, 욕 많이 먹었다"

그간 특권 비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국회사무처는 최근 이례적으로 강경대응에 나서며 시민사회와 언론을 상대로 맞불을 놨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14일 '국회의원 권한 및 지원에 대한 국내외 사례 비교' 책자를 발간해 각 언론에 배포하며 국회의원에게 지원되는 돈과 각종 혜택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책자에 따르면 한국 국회의원의 세비 연액은 약 1억3796만원으로 행정부 차관보다는 높고, 장관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5개 선진국 하원과 비교하면 연간 세비 총액은 일본, 미국, 독일, 한국 순이었다. 프랑스와 영국은 한국 국회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프랑스, 영국, 독일은 세비 외에 퇴직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었다.

영국은 외부소득에 대한 제한이 없었으며, 미국은 급여의 15%까지 외부 수입을 허용했다. 프랑스는 장관직 등을 겸직하는 경우 기본수당의 150%까지 수령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국 국회는 사무실 운영 지원과 공무출장 지원, 입법 및 정책개발 지원 항목으로 연간 약 9010만원을 지급하고 있었지만 타국 국회는 이를 웃도는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지역구 사무실 수당으로 연 2억8736만원을, 우편수당으로 연 5693만원을 지원했다. 프랑스는 운영경비수당으로 연 1억316만원을 지급했다.

독일은 경비수당으로 연 7371만원을, 우편수당으로 연 1788만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영국은 런던 외 지역 출신의원에게 주거시설 임대료 명목으로 연간 약 3517만원을 지급 중이었다.

이 밖에 한국 국회의 1개 의원실 당 보좌직원(7인) 보수의 총액은 연간 약 3억6795만원이었다. 이는 주요 5개국과 비교할 경우 미국(연간 약 10억9163만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의원 사무실 규모는 의원 전용공간(신관 44㎡, 구관 49㎡)과 보좌관실, 회의실 등을 포함해 신관은 149㎡, 구관은 163㎡였다. 이는 차관실(99㎡)보다는 넓고, 장관실(165㎡)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장관실의 경우 비서를 포함해 4∼5인이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게 국회사무처의 설명이다.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은 "그동안 국회의원의 효율적 의정활동을 위한 지원제도가 목적이나 다른 준거집단과의 비교 없이 무분별하게 비판받아 왔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아울러 국회사무처는 '세비를 인상하기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이란 일각의 의혹 제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회사무처는 "이 책자는 의원특권에 대한 비판이 높은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다양한 지원수준을 다른 선진국과 객관적으로 비교한 자료"라며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