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읍소하러 왔다" vs 김한길 "오히려 제가 호소"

2013-11-15     이원환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5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민생문제 등 현 정국에 대한 논의에 나선 가운데 서로 협조를 호소하는 미묘한 상황을 연출했다.

정홍원 총리가 이날 오전 김동연 국무조정실장과 함께 국회를 찾아 김한길 대표를 예방한 가운데 "읍소하러 왔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김한길 대표는 "오히려 제가 정 총리께 호소드린다"며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정 총리는 이날 "야당도 민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은 것 다 알고 있다"며 "잘 좀 도와주십사 읍소하러 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여야가 지난 대선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야 하지 않느냐"며 "총리님은 저에게 도와주십사 하지만 저야말로 정부 여당에 대해 '이제는 지난 일은 털고 갑시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그는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관련, "(특검을 통해) 매듭짓고 가야 하는데 거기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 여당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 꼬인 정국을 푸는데 총리께서도 목소리를 좀 내주시고 국회가 국회답게 일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공개 회의에서도 "검찰에서 어떤 수사결과를 내놔도 국민이 신뢰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검찰이) 망가져 있다. 그동안 검찰을 신뢰하고 믿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게 됐다"며 "냉정하고 진지하게 특검 문제를 고려해 달라"고 촉구한 뒤 "오히려 제가 정 총리께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최근 청와대의 야당무시 행위에 대해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통상적으로는 어떤 내용이 시정연설에 담겼으면 좋겠는지, 야당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청와대의 노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초청 문제에 대해서도 "외교부를 통해 팩스 한 장 보내고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은 채 초청했다"며 "이런 식으로 야당이 무시당하기는 처음이다. 너무한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그는 예산 문제와 관련, "중기재정운영계획 분석해 보니 자영업자에게서 세금 더 많이 걷고 대기업은 법인세를 깎아준 것이 7000억원이 넘는다"며 "어떻게 그런 내용을 가지고 민생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이에 정 총리는 "다시 살펴보겠다"며 "제가 받아들일 부분이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8일 2007년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유출 혐의와 관련, 피의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검찰의 서면조사에 반발해 당시 예정됐던 정홍원 총리의 예방을 거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