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RO 녹음파일 적법하게 확보…왜곡 없다"

2013-11-14     노수정 기자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한 국정원 직원 문모씨는 14일 "(이 사건 핵심증거인 녹음파일은) 제보자가 자진해서 제출한 것이고 녹취록 작성 과정에서 수정이나 편집 등 왜곡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이날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2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증인선서를 한 뒤 이른바 지하혁명조직 'RO' 모임의 녹음파일 입수 배경과 녹취록 작성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문씨는 이 사건 제보자 이모씨로부터 2011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RO 모임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47개를 넘겨받아 12개 녹취록 작성을 주도한 수사관이다.

그는 이씨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2010년 5월 제보자가 국정원 신고전화(111)로 전화를 했고 열흘 후 홈페이지에 다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며 글을 남겨 만나게 됐다"며 "이씨로부터 비밀조직에 대해 듣고 과연 실존하는 조직인지 반신반의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러던 중 제보자가 먼저 연락을 해서 '빨리 녹음기를 달라'고 해 순차적으로 총 5대의 녹음기를 제공했다. 먼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파일을 준다고 해서 고마웠다"면서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제보자 매수설'을 일축했다.

변호인단은 대다수 녹취록의 근거가 된 원본 파일이 삭제된 이유와 녹취록 작성 경위, 방법 등을 물어 왜곡 가능성을 부각하려고 애썼다.

이에 대해 문씨는 "일부 녹음파일의 경우 녹음기에 담긴 파일을 컴퓨터로 옮기면서 지워버려 원본이 남아있지 않지만 녹음에 사용된 녹음기는 수정·편집 등 기능이 없고 이 의원 등이 참석한 5·12 모임 파일은 녹음기 자체로 보관하고 있다"며 "대화자와 장소, 일시 등도 모두 제보자로부터 들은 그대로 작성한 것이어서 왜곡은 없다"고 강조했다.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 이외에 또 다른 녹음내용이 더 있지 않냐'는 추궁에는 "2010년에도 여러 건의 녹음파일을 받았지만 제대로 녹음이 된 것은 2011년 1월 이후의 파일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제보자에게 녹음파일 제출을 사전에 요구하거나 대화의 일시·장소, 상대방을 지정해 특정 대화를 유도하라고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없다. 특정 대화를 유도하면 상대방이 의심할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녹취록을 작성한 지 오래돼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혁명동지가'를 불렀던 부분이 기억 난다"고도 했다.

이밖에 RO 모임 대화를 자신이 직접 녹음하지 않은 이유로는 "비밀조직이라 수사관이 직접 비밀회합 장소에 들어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내부 협조자 없이는 (증거 확보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제보자를 통해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신문에는 이씨로부터 직접 녹음파일을 건네받은 문씨 이외에도 녹취록 작성에 관여한 또 다른 국정원 직원 4명까지 모두 5명이 나와 증언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직원법에 따라 국정원 직원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증인신문에 앞서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이뤄진 국정원의 진보당 계열 업체와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부당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날 RO 조직의 자금원으로 의심되는 CNP그룹 등 사무실 6곳과 주거지 12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의원 등 구속기소된 피고인 7명은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차림에 밝은 표정으로 법정에 나왔다.

첫 공판과 달리 일반 방청인들이 줄면서 이날 98석의 방청석 중 절반 가까이는 빈 상태로 심리가 진행됐다.

다음 공판은 1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