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대선 1] 정책·공약·담론 대결 실종…검증 빌미 네거티브 기승

최선의 후보 아닌 차악의 후보 찾는 유례 없는 ‘비호감’ 선거

2021-12-19     뉴시스
▲ 이재명-윤석열. /뉴시스

내년 3월9일 대통령 선거가 역대 최악의 ‘진흙탕 선거’로 치닫고 있다. 최선의 후보가 아닌 차악의 후보를 찾아야 하는 유례 없는 ‘비호감’ 선거가 되고 있어서다. 국가의 미래와 민생을 위한 정책·공약 경쟁은 실종된지 오래다. 

더 좋은 공약과 국가 비전을 내놓으며 내가 더 경쟁력 있고 좋은 후보라고 알리는 ‘포지티브’ 선거에 집중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더 나쁜 후보이고 내가 덜 나쁜 후보라고 호소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만 벌이고 있는 탓이다.

본인은 물론 부인과 자녀, 장모, 형제, 조카까지 ‘가족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선거는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후보들이 구설과 사과를 반복하고 정치권이 자당 후보의 잘못을 감싸는 대신 타당 후보에게 무차별 공세를 퍼붓는 ‘내로남불’ 선거도 만연해 있다. 대선이 정치 불신과 혐오를 넘어 희화화되고 있어 유권자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양당 대선후보가 초접전을 벌이자 ‘가족 검증’을 명분 삼아 네거티브전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장남 불법 도박과 부인 허위 경력 의혹으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공개 사과했지만 ‘상대가 더 나쁜 후보’라는 공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여권은 허위 경력·땅 투기 의혹 등 김건희씨와 최은순씨 관련 의혹 제기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후보가 장남 불법 도박을 인정한 이후 정국의 초점이 김씨 관련 논란에서 이 후보 장남 불법 도박 논란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권의 발언과 의혹 제기 수위는 한층 더 격해졌다. 특히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은 조국 전 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에 비유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공정성 가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야권은 이 후보 대장동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주인이라는 의혹도 다시 꺼내들었다. 이 후보 장남에 대해 불법 도박은 물론 성매매 의혹까지 제기하며 강제 수사도 촉구하고 나섰다.

양 진영이 가족 검증 네거티브에 몰입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 개선과 경제적 위기 극복을 위한 담론과 정책, 공약 대결은 실종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표를 얻기 위해 퍼주기 선심성 공약 또는 이익 집단 맞춤형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공약이나 메시지를 던졌다가 여론의 역풍에 번복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 후보는 정권 심판론의 원천인 부동산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카드를 정부에 요구했다가 청와대에 제동이 걸렸다. 그는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국토보유세 부과 등을 주장했다가 싸늘한 여론에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 당선 이후 50조원 소상공인 손실 보상,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 선대위원장은 두배인 100조원 손실보상기금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여권은 재원 조달의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 후보는 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을 겨냥해 주52시간제 탄력 운영을 언급했다가 노동계의 반발을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