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수사 ‘관문’ 손준성, 입원중…판사사찰 의혹도 해 넘길 듯

공수처, 4주 연속 손준성 소환 실패해 손준성 입원으로 당분간 조사 어려워

2021-12-09     류효나 기자
▲ 고발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수사의 첫 단추로 삼았던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소환조사를 당분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정책관 조사가 기약 없이 연기되면서 공수처의 수사는 시작부터 암초에 걸린 형국이다.

손 전 정책관 조사 없이는 다음 수사 단계로 나아가기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공수처의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수사도 올해 안에는 마무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6일 손 전 정책관 측에게 9~11일 출석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손 전 정책관 측은 입원치료를 이유로 당분간 출석이 어렵다는 답신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은 윤 전 총장 지시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 등 주요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내부에 공유했다는 게 골자다.

공수처는 지난 10월 말 이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 전 정책관을 각각 입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는 11월 초 ‘고발사주 의혹’으로 손 전 정책관을 먼저 불러 조사한 뒤 곧바로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다시 소환하기 위해 애썼으나 4주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16일과 22일 손 전 정책관 측에 연락해 같은주 금·토요일 중 출석할 것을 요청했으나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이달 3일 문자메시지를 보내 6일 공수처에 출석하라고 했으나 손 전 정책관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이를 재차 연기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손 전 정책관 측이 입원 치료를 이유로 ‘당분간’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공수처로서는 전과 같이 매주 소환 요청을 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손 전 정책관은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수사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고발사주 의혹과는 달리 이 사건으로는 두 명 외에 입건된 다른 피의자가 없는 만큼, 공수처로서는 손 전 정책관 조사 없이는 다음 수사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손 전 정책관을 상대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고발사주 의혹으로 두 번이나 구속영장 발부에 실패한 상황이고, 손 전 정책관 측과 소통도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피의자 소환 조사가 어려워진 공수처는 일단 주변 인물들을 통해 수사를 진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수처는 지난달 해당 문건에 등장하는 판사들에게 우편으로 서면 질의서를 보내 의견을 청취했다. 질문 중에는 문건 존재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기분, 그리고 문건의 존재 사실을 알고 난 후 재판에 영향이 있었는지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수처는 해당 문건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 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들을 상대로 일단 참고인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여권 성향 시민단체가 제출한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과 성 검사 외에도 한동훈 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조남관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 명점식 전 서울고검 감찰부장 등이 거론돼 있는 만큼, 이들 중 일부를 추가로 입건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동시에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의 퇴원 등 상황을 살펴 재차 소환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손 전 정책관의 입원이 길어지면 이달 내 소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