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노후한옥을 재능기부로 신축
지역주민들도 자발적으로 가전제품 등 릴레이기부에 참여
종로구가 낡고 위험해 철거 위기에 처했던 가회동의 노후한옥을 건축사, 인근 대기업의 재능기부와 사랑나눔 1사1동 결연기관의 도움으로 새단장하여 오는 15일 입주식을 가진다.
1950년 이전에 지어진 이 주택(건평 41.82㎡/대지 82.6㎡)은 목조 1층 한옥으로, 천장과 벽에는 구멍들이 뚫려 있고 내부 보의 처짐이 진행되어 지난 7월 말‘위험시설물 E급’으로 지정되어 철거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이덕원(80세, 여) 할머니는 이 집에서 지붕이 무너질까 걱정하며 수년 동안 매일 쪽잠을 자며 지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고 보일러도 오래전에 고장 났으며, 정화조가 없어 재래식 화장실마저 폐쇄된 집에서 할머니는 밖에서 볼일을 해결하고, 취사용 가스가 없어 주로 생식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평생을 미혼으로 지낸 이씨 할머니는 가족도 없고, 소득이라고는 기초노령연금과 우체국연금 총 14만 원이 전부이기에 집수리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었다. 하지만 집을 소유하고 있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될 수 없고, 차상위 계층을 위한 저소득층 집수리사업조차 지원받을 수 없었다.
팔십 평생을 살아온 북촌한옥마을에서 집이 철거되면 당장 거리로 내몰려야 하는 딱한 처지의 할머니. 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소통과 협력을 통해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긴급대책을 마련하게 되었다.
구는 먼저 이씨 할머니를 위험한 주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안전한 임시 주거지를 마련해 이주시켰다. 시설 점검과 보수 방안은 건축과에서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건축사 김장원 씨의 재능기부로 해결하고, 현대아산(주)의 재능기부로 9월 초에 이틀간 철거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가회동과 ‘사랑나눔 1社1洞’결연을 맺은 현대건설(주)은 철거 후 그 자리에 들어서는 컨테이너 하우스의 설치비를 기부했다. 가회동의 주민자치위원 등 지역주민들도 자발적으로 릴레이기부에 참여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전제품과 취사도구 등을 구입하여 따뜻한 마음을 전달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내미는 작은 도움의 손길들이 모이면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소외되는 주민들 없이 모든 주민들이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지원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