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장진단-위례신도시]"전매 차익 노린 투기꾼이 태반...청약-계약간 괴리 커"

2013-11-11     엄정애 기자

"A단지 같은 경우 가족 전체가 청약을 넣어 3곳이 됐지만 하나도 계약 안한 사례도 흔해요. 실수요보다는 분양권 전매가 목적인 사람들이 태반인데 '프리미엄(웃돈)'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안 들어오는 거죠." (송파구 장지동 떴다방 업자 B씨)

"청약률은 높지. 그런데 시행사가 흥행시켜 보려고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을 조장한 면도 있어요. 위례가 인기가 많다면 손님이 끊이질 않아야 하는데 없어요. 투기꾼들도 찾아보기 힘들어요.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없다보니 프리미엄이 금방 꺼지는 상황이에요." (장지동 K중개업소 대표 C씨)

올해 부동산 분양시장을 주도한 위례신도시.

올해 쏟아진 분양물량 마다 청약 경쟁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시장 침체 속에서도 '불패신화'를 써내려가는 듯 했지만 현장에서는 높았던 '청약률'과 실제 '계약률'간에는 괴리가 크다고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8일 뉴시스 부동산팀이 위례신도시 물건을 취급하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일대 부동산과 떴다방을 둘러본 결과, 업자들은 "분양가를 지키고 있다는 면에서 다른 지역보다는 괜찮지만 명성만큼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달 동안 손님이 10명도 없었다"는 업자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입지(행정구역, 교통, 중심상가 접근성)와 분양가에 따라 같은 위례신도시내에서도 계약률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떴다방 업자 B씨는 "래미안 위례 등은 계약률이 90%를 넘었다. 프리미엄이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면서 "반면 A단지는 주거용지에 있으면서 트랜짓몰(중심상가)에 있는 단지와 분양가가 비슷해 청약률은 높았지만 실제 계약하는 사람은 적었다. 위례를 망쳐 놨다. 분양 하자다."고 말했다.

L중개업소 대표 D씨도 "행정구역이 송파인 곳은 인기가 있고 성남, 하남인 곳은 인기가 없다. A단지 미분양이 속출한 이유다"며 "집값에 연계된다고 판단해서인지 행정구역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전했다. 단 교통, 중심상가 접근성 등에 따라 '인(IN)서울'이 아니더라도 인기가 있는 곳이 있다고 부연했다.

중개업소들은 청약률과 계약률간 괴리 이유로 '청약가점제가 폐지되는 등 청약 문턱이 낮아지면서 전매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문의자 중 90%가 투기적 투자자'라는 설명도 나왔다.

 
B씨는 "위례신도시는 분양한지 2~3년 됐다. 초반에는 고전했는데 지난 5월31일 청약가점제가 폐지되고 청약조건이 쉬워지면서 활황이 됐다"며 "통장이 남아도니까 한번 넣어보자, 프리미엄 한번 받아볼까 하는 심정인 사람이 많다. 실수요자는 한정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분양가 10%만 준비하고 나머진 대출 받으면 되니깐 여윳돈 없는 사람도 많이 온다. 분양권 상태에서 준공허가 떨어지기 전에 팔 사람이 절반이다. 자기 이름으로 등기 취득도 안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고 손사래를 쳤다.

분양대행사 임원 E씨는 "청약가점제가 폐지되면서 청약통장을 모아 작업을 한 떴다방들이 여러 군데 있다"며 "내부 거래로 가격을 높인 뒤 털고 나갈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위례신도시 인근 임대주택을 계약 부진 사유로 꼽는 현장 관계자도 많았다.

장지동 K중개업소 대표 F씨는 "위례신도시 주변을 군인공제회, LH 등 임대아파트가 둘러싸고 있는데 사람들은 임대아파트랑 안 섞이려고 한다"며 "수준이 안 맞고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주변 환경에 민감한 사람들이 위례신도시를 꺼리는 이유 중에 하나다"고 전했다.

F씨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려면 인근 지역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기업이 들어오거나 송파 지역 재건축이 있어야 한다. (계획된) 문정 법조단지로는 부족하다. 교도소 온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마천 뉴타운도 비슷하다. 뉴타운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