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순방 귀국 朴대통령, 정치현안 어떻게 풀까

2013-11-10     이원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박8일간의 서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정국을 어떻게 풀어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세일즈외교의 지평을 유럽권으로 확대하고 임기 첫 해에 미국, 중국, 러시아, 동남아, 유럽 등 핵심 외교 권역에 대한 정상외교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 후 맞닥뜨린 국내 정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을 포함한 지난 대선 관련 사건 일체에 대한 특검을 대통령과 여당에 요구하면서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특히 민주당은 특검 도입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연계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여권을 압박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미 민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정국이 급랭한 상황에서 특검 도입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국회 파행은 물론 연내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박 대통령으로서도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임이 분명해 보인다.

당장 외국 기업과의 공동출자법인에 대한 지분규제를 완화한 외국인투자촉진법안, 유흥시설이 없는 호텔의 학교 주변 설립을 허용한 관광진흥법, 다주택자 및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고율의 양도세 부과를 폐지한 소득세법 등 새 정부 핵심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부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의 내년 초 사업추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새 정부의 첫 예산안부터 흠집이 난다면 국정운영의 동력이 상당 부분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정치현안에 대한 '무대응' 기조를 계속해서 고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쟁만 되풀이하고 있는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국정 책임자인 자신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에만 몰두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서유럽 순방을 이틀 앞둔 지난달 31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의혹을 규명하되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묻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금 확인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민주당의 특검 요구에 청와대가 '묵묵부답'인 것도 무대응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특검의 경우 어디까지나 여야 합의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입장표명은 없을 전망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당분간 정치현안에 대해 다시 침묵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서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10일 외부일정 없이 관저에 머물면서 경제 등 각종 분야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또 매주 월요일 열던 수석비서관회의도 오는 11일에는 주재하지 않는다. 국무총리와 번갈아 매주 화요일 열던 국무회의도 13일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준비 등을 위해 12일에는 주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국회에서의 시정연설까지는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정연설에서도 국정원 사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하는 정도로 언급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및 서유럽 순방 성과 설명,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 당부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시정연설까지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청와대 국정감사 등 정국을 꽁꽁 얼어붙게 할 요소들만 산재한 상황에서 민생법안 및 예산안 처리를 위해 박 대통령이 전향적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