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 집 ]세상에 이런 스테이크도 있었다 ‘로리스’ 더 프라임 립
이 집에 가면 여러 번 놀랄 각오를 해야 한다. 입구로 들어서면서 압도적인 규모에 놀라고, 음식이 나올 때면 처음 보는 서비스에 놀라며, 음식이 테이블에 오르면 그 양에 놀라다가, 먹어보면 맛에 놀란다. 뿐만 아니다. 계산할 때는 의외로 저렴한 가격에 놀란다.
서울 강남역, 서초구 서초대로 411 GT타워 3층의 400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에 150명 이상 동시 수용이 가능한 메인 다이닝 홀과 4, 12, 18, 50인실 등 다양한 룸까지 총 250석 규모로 터를 잡은 ‘로리스 더 프라임 립’(02-590-2800)이다.
193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첫 오픈한 ‘로리스’는 75년이라는 긴 역사와 달리 까다로운 개점 조건 등으로 본고장에서도 LA 외에 댈러스,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등 4곳, 해외에도 싱가포르, 일본 도쿄, 오사카, 타이완 타이베이, 홍콩 등 5곳에 불과한 ‘귀하신 가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천장에 매달린 초대형 샹들리에와 바닥을 덮은 카펫이 특급호텔 로비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절로 느끼게 한다.
자리에 앉으니 단정한 메이드 복장을 한 웨이트리스가 와서 메뉴판을 내민다. 진한 황토색 원피스와 흰색 앞치마, 모자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국 본사에서 기술 전수를 위해 온 금발의 남성 셰프와 여성 서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어 그런 느낌을 더한다.
상호에서 연상되듯 이 집은 로스트 프라임 립 전문 레스토랑이다. 맛좋고 육질 뛰어나기로 소문난 미국 농무부 인증 블랙앵거스 소의 립, 즉 립아이 스테이크만 판다.
메뉴는 사이즈(중량)에 따라 나뉜다. 한 덩이로 나오는 ‘캘리포니아 컷’(160g 5만8000원), 두 조각으로 썰어주는 ‘강남 컷’(160g 3만8000원) 등 가장 작은 사이즈의 립부터 좀 더 큰 사이즈를 세 조각으로 얇게 썰어내는 ‘잉글리시 컷’(200g 6만8000원), 로리스와 역사를 함께해온 ‘로리 컷’(285g 8만2000원), 1800년대 후반 대식가로 유명했던 사업가 다이아몬드 짐 브래디에서 모티브를 얻은 메뉴로 립 본이 함께 제공되는 특대 사이즈의 ‘다이아몬드 짐브래디컷’(450g 12만원) 등이 준비된다. 가장 큰 사이즈는 ‘비프볼 컷’(735g 16만원)이다. 풋볼 선수들을 비롯한 대식가들을 위한 메뉴답게 다른 메뉴의 배 사이즈다.
로리스 컷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식전 빵이 나와 입맛을 고조시킨다.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서인지 더욱 부드럽다. 잠시 후 웨이트리스가 이동식 테이블을 끌고 온다. 테이블 위에는 볼 두 개가 겹쳐 쌓여 있고, 야채 등을 올려놓은 접시도 있다. 웨이트리스가 접시와 포크를 놓는다. 살짝 손을 대보니 차갑게 냉각돼 있다. 웨이트리스는 볼에 접시의 로메인, 양상추, 물냉이, 비트, 달걀, 크루통을 털어넣고 클래식 빈티지 하우스 드레싱을 부은 뒤 볼을 돌려가면서 큼지막한 스푼으로 막 뒤섞는다. ‘페이머스 스피닝 볼 샐러드’를 만드는 것이다. 슬쩍 보니 아래 볼에는 얼음이 가득하다. 칠링된 포크, 접시와 마찬가지로 샐러드를 좀 더 신선하게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샐러드의 양이 생각보다 많지만 맛있어서 접시 바닥까지 싹싹 핥아먹게 된다.
샐러드를 다 먹자 초대형 ‘은색 식기’를 밀며 셰프가 등장한다. 은색 식기의 명칭은 ‘실버 카트’. 뚜껑을 열자 큼직한 갈비살이 통째로 들어있다. 이 집은 샐러드와 마찬가지로 립도 손님 곁에서 바로 썰어서 제공한다. ‘카버리(Carvery)’라는 독특한 서빙 방법이다. 셰프가 손님에게 원하는 굽기 정도를 물어본 뒤 원하는 부위를 큼직한 립에서 잘라내 준다. 이번에는 접시가 따뜻하게 데워져 있다. 더운 고기가 차가운 접시와 만나 식는 것을 막기 위한 또 다른 배려다.
로리 컷은 ‘이걸 나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크다. 립 옆으로 으깬 감자가 따라오고,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영국 요크셔 지방 고유의 빵인 ‘요크셔 푸딩’이 서비스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조각 썰어 입에 넣으면 그런 생각은 저 멀리 사라진다. 입 안에 닿는 순간 마치 고기가 녹아 흥건한 육즙이 되는 것 같은 감칠맛에 아끼고 아껴서 먹고 싶어진다. 신기한 것은 1시간 가까이 동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는데도 처음 맛봤을 때의 촉촉함과 부드러움은 물론 풍성한 육즙까지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스테이크들이 먹기 시작했을 때의 고기와 다 먹을 무렵의 고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게 마련인데 여기는 안 그렇다. 비결은 립을 손님에게 나갈만큼씩 잘라 그릴에 굽는 일반 립아이 스테이크와 달리 립을 통째로 오븐에서 100도 미만으로 3~4시간 동안 통째로 굽는 데 있다. 덕분에 고기가 속속들이 익어가면서 고기 속 지방이 서서히 녹아 고기 내부에 퍼지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음식이 식어도 처음과 같은 육질과 맛이 유지되는 것이다.
보통은 이 집 특유의 소금을 뿌려먹는데 색다른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호스래디시를 발라 먹어보자. 서양식 고추냉이, 조미소금, 타바스코 소스를 혼합한 뒤 휘핑크림과 잘 섞어서 만든 소스다.
립 가격에는 요크셔 푸딩, 으깬 감자, 호스래디시, 샐러드가 모두 포함된다. 립과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이루는 전용 와이너리산 하우스 와인을 컵(1만5000원)으로 시키면 1인용 디캔터에 담겨 나오는데 따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지만 맛도 뛰어나고 양도 2컵 가까이 나오므로 경제적이다.
연중무휴로 런치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디너 오후 5시30분~9시30분. 주차는 건물 주차장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