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앞 학부모들 "마음 편히 최선을…잘하고 온나"

2013-11-07     김지원 기자

2014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날인 7일 서울 내 각 수험장 앞은 새벽부터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바람으로 가득했다.

각 수험장 입구에 도착한 수험생들은 부모님과 포옹을 하거나 주먹을 쥐고 "화이팅"을 외치는 등 각오를 다진 뒤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6시39분께 수능 제18지구 제11시험장인 서초고등학교 앞에는 경기고등학교 정진수(19)군이 아버지 정진용(51)씨와 함께 도착했다.

아버지는 잠을 설쳤다는 정군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랬다. 덤덤한 표정으로 수험장에 들어서는 아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뒤 두 손모아 기도했다. 그는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마음 편히 최선을 다하자. 진수 화이팅!!"이란 응원 메시지를 남기며 출근길에 올랐다.

조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이진세(48)씨 부부는 오전 7시20분께 수험생인 아들 이종윤(19)군을 응원왔다. 근무지가 대전이라 이날 휴가를 냈다는 이씨는 아들을 들여보내기 전 손을 꼭 잡으며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아들이 PD나 기자가 되고싶어 한다"며 "지금까지 노력한 만큼 실수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마음 편하게 시험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전 7시34분께 언남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재우(19)군도 아버지 김주형(51)씨와 함께 수험장에 도착했다.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안 친해보이던 두 사람은 교문 앞에서 진한 포옹을 나눴다. 아버지는 수험표를 챙겨 교문을 들어선 아들을 바라봤다. 그는 아들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도 교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입실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야 돌아갔다.

덤덤해보이는 아버지의 모습과 달리 몇몇 학부모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50대 중반의 한 어머니는 새벽부터 직접 싼 도시락을 손에 쥐어줬다. 이어 손목시계를 안 가져왔다는 아들을 보내고는 어디론가 뛰어갔다. 곧 어디선가 손목시계를 구입해 온 어머니는 입실 중인 아들을 다시 불러내 챙겨줬다. 숨을 헐떡이며 돌아선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뇌병변장애 학생들이 배정된 특별 시험장인 수능 제15지구 제24시험장인 경운학교.

이 곳의 수험생들은 주로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차량이라고 적힌 승합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119 구급차량을 이용한 학생도 1명 있었다.

오전 6시50분께 가장 먼저 고사장에 들어간 이모(18)양은 5년 전 뇌수술을 한 뒤 그 후유증으로 뇌병변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 양의 어머니 황모(46·여)씨는 "집에서 아침밥도 든든히 먹었고 날씨도 춥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5년 동안 힘겨운 시간들을 견디며 열심히 공부했으니 실수하지 않고 차분하게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 좋겠다"고 딸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전했다.

서울고려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반성현(19)군의 할아버지 반형섭(75)씨는 "손자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서 수능시험을 보는 오늘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손자의 통학 길을 함께 했다"면서 "손자가 떨지 않고 당당하게 시험을 본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러한 풍경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서도 보였다.

수험생 딸을 데려다 주기 위해 나온 이경인(44)씨는 "여자애들은 긴장을 잘 하니 모의고사 보는 것처럼 보라고 당부했다"며 "그러자 딸 지은이는 '부담주지 말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첫 아이가 보는 수능이라 사실 나도 많이 떨린다"며 30여 분간 학교를 떠나지 못했다.

한 여학생은 엄마와 인사를 나누던 중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학부모는 "긴장하지 마. 불안해하지마"라며 안쓰러워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은 영상 12도. 나뭇잎을 뒤흔들 정도의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씨에 수험생은 후드를 뒤짚어쓰고, 학부모는 옷깃을 여몄다. 하지만 자식을 응원하고 격려하던 부모님 마음의 온기는 꺾이지 않았다.

"잘 하고 온나"라는 무뚝뚝한 외마디를 던지던 아버지. 입가엔 미소를 머금었지만 아들의 뒷모습을 본 그는 촉촉해진 눈으로 '화이팅'이란 혼잣말을 외치고는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