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사퇴 시기 언제일까

2013-11-06     엄정애 기자

KT가 오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석채 회장의 퇴임일자를 정할 예정인 가운데, 이 회장이 이날 사퇴를 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차기 CEO가 올 때까지 업무를 이어갈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12일 오전 이사회 멤버가 모여 간담회를 갖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이 회장의 사퇴 일자와 차기 CEO 선출을 위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이사회가 열리는 12일 사표를 내고 전격 퇴임하는 게 보기에도 좋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경영 공백 상태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차기 CEO가 선임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전격 퇴임을 원하는 쪽은 검찰의 수사가 더이상 들어오기 전에 물러나는 것이 KT의 경영에도 좋고 이 회장에게도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이 회장을 상대로 1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르완다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아프리카로 떠나 건재함을 알렸다. 아프리카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며 회장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러한 이 회장의 행보가 이어지자 검찰은 31일 대대적인 2차 압수수색을 벌이며 강하게 이 회장을 압박했다. 이 회장의 최 측근 임원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하면서 이 회장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흔들었다.

이 회장이 이사회 직전까지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면 검찰 측에서도 경영상의 배임 혐의 이외에 개인 비리와 관련된 혐의를 내밀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회장은 3일 사의를 알리는 임직원 이메일에서도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안에 폐지하겠다", "고배당 정책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 "비상한 각오로 인건비 격차를 1조원까지 줄인다는 근원적인 개선을 올해 안에 이뤄내야 한다" 등 사퇴를 앞둔 CEO가 발언하기엔 무리한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차기 CEO 선출 될 때까지 이런 저런 업무 등을 핑계로 자리를 지킨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KT와 이 회장에게로 돌아간다"면서 "본인과 회사를 위해서라도 아무조건 없이 CEO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반면 이 회장이 차기 CEO 선출 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쪽은 CEO 공백으로 인한 회사 경영의 차질을 문제 삼았다.

이미 민영화 된 KT에 정치권과 청와대의 압박으로 인해 CEO가 물러나는 모습은 더 이상 보여줘서는 안 되며 끝까지 이 회장이 업무를 마무리 하고 차기 CEO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어진 임기를 지키지 못하고 정권의 눈치에 따라 CEO가 바뀌는 상황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나 현안 마저 마무리하지 못하고 갑자기 사퇴한다면 KT의 미래에도 좋지 못하다"면서 "차기 CEO 선임이 늦어진다면 KT의 경영상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사회는 이석채 회장을 비롯회 사외이사 전원(현재 7인),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는 의장인 김응한 변호사를 비롯,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차상균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성극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현락 세종대 석좌교수, 이춘호 EBS 이사장,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구성돼 있다.

또 사내이사는 표현명 T&C(텔레콤&컨버전스) 부문 사장과 김일영 코퍼레이트 센터장(사장) 등 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한명이 위원회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