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가원, 거짓핑계로 교원임용고시 문제출제 회피

2013-10-31     이현주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원 임용고시 문제 출제 업무를 거부하면서 내세웠던 명분들이 '거짓 핑계'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의원(민주당)은 31일 평가원의 임용고시 수탁 계약 거부 주요 사유들이 대부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평가원이 지난해부터 임용고시 업무 수탁을 거부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평가원의 정관에 규정된 설립목적에 맞지 않아 감독기관인 국무총리실 등에서 사업의 지적사항이 되어 왔다'는 것과 '임용고시 사업으로 인해 수능 등 고유 국책사업 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실 확인 결과 2011년 감사원은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에서 '평가원의 정관에 규정된 사업들 중 가장 중요하고 국민에게 영향이 큰 사업으로는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학력평가시험 중 대학수학능력시험, 초·중등교원 임용고사 및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교과서의 검·인정 업무를 들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감사원은 임용고시 업무가 정관에 부합하는 사업이라 인정한 것이다.

또 2007년 4월 발표된 국무총리실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2006년도 연구기관 평가 결과'에는 "전반적으로 수탁연구 과제는 정책당국의 의뢰과제로서 평가원의 특성과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평가원과 시·도교육청의 임용고시 문제 출제 관련 수탁계약은 199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 부분이 국무총리실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평가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셈이다.

임용고시 관련 내용으로 국무총리실의 지적을 받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총리실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수탁과제에 대해 2006년과 2009년도 평가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두 차례 모두 기본연구과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탁연구과제의 비중을 지적, 임용고시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평가원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임용고시 업무 거부 의사를 보여 왔으나 올해 3월부터 공개적으로 이같은 입장을 밝혀 시·도교육청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평가원 관계자는 "임용시험은 사실 시·도교육청의 본래 업무인데 문제 난이도가 높고 까다로워 평가원이 대신 해줬던 것"이라며 "문제 내는 시점이 수능과 겹치는데 평가원 입장에서는 주요 업무인 수능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임용고시는 국가시험인데 시·도별로 문제가 다르게 나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시·도 차원에서는 할 능력이 안 되므로 평가원이나 또는, 그에 상응하는 출제기관을 설립하고 그 곳에서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의원은 "시험의 객관성, 공정성, 신뢰도가 확보된 대체 출제기관 없이 갑작스레 시·도교육청으로 업무를 이관하면 2배 이상의 예산과 인력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또 시·도별로 따로 출제되면 형평성 논란과 출제를 위한 교사들의 장기간 파견으로 학생들이 받는 피해도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평가원과 교육청의 임용고시 관련 핑퐁게임으로 교사, 학생, 교사 지망생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체계적인 교사 선발을 위해 임용시험 출제를 위한 전문기관 설립을 추진하되 그 전까지는 평가원이 임용고시 업무를 맡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과 학생을 위한 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