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복귀한 삼성, 투자·고용 확대 배경은

향후 3년간 투자 규모 총 240조원으로 확대

2021-08-25     이광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11일 만에 삼성이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내놨다.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경제구도 속에서 투자와 고용을 통해 미래 판도 변화에 대비하는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주요 관계사는 24일 ▲전략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미래 세대를 위한 고용·기회 창출 ▲다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 등의 내용이 담긴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240조원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이 지난 3년간 총 180조원의 신규투자를 완료한 점을 감안하면 과거 3년간 투자 규모보다 33% 투자 규모를 늘리는 셈이다.

이를 통해 전략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과 시장에서 리더십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연구·개발(R&D) 등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우선 세계적인 경쟁구도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인공지능(AI)과 5G·6G 등 네트워크 기술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반도체가 IT를 넘어 자동차 등 전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가운데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패권경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다.

또 코로나 이후 백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고령화 추세도 심화되면서 바이오제약 산업 역시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이 된 상황이다.

아울러 통상분야에서는 경제 블록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이 가속화하고 사회적으로도 양극화 심화, ESG 확산 등의 변화가 진행되면서 향후 3년간은 새로운 미래 질서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삼성 측의 전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서는 특히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삼성은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19.3%, 제조업 설비 투자의 45.2%를 차지하는 업종으로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생존 전략’ 차원의 투자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패권경쟁은 전례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또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이 파운드리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패권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의 절대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우뤼를 차지한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바이오 분야 역시 코로나19 이후 고부가 지식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산업으로 중요성이 부각된 점을 감안해 투자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마스크 부족 현상, 백신 수출 제한 등을 겪으면서 이른바 ‘바이오 주권’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자국 내 바이오 생산시설의 존재 여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4공장 완공 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함께 반도체·백신 등에 대한 역할론을 제기한 정치권의 요구도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화답하듯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가석방 이후 곧바로 자택 대신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주요 경영진을 만나면서 현안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에 마련된 방안도 삼성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친 것으로, 발표 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 경영진을 잇따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서초사옥 방문 이후 이 부회장이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포함해 삼성전자 각 사업부문별로 간담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늘 발표는 미래를 열고 사회와 함께 나아가는 기업으로서 다가올 3년의 변화에 대한 한국 경제와 우리 사회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삼성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라며 “투자와 고용,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활력을 높여 삼성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