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붕괴 참사' 날림 철거·부실 감독 수사 마무리 수순
'직접 책임' 공사 관계사 3곳 임직원·감리자·공무원 등 9명 입건 불법하청·입찰담합·조합비위는 수사 본격화…23명 중 6명 구속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가 부실 철거 공정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참사 직접 책임자 관련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찰은 앞으로 참사의 근본 배경으로 꼽히는 불법 하도급, 재개발 조합 관련 비위에 수사력을 집중한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현장 붕괴 참사와 관련해 총 23명을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사 관련자의 '안전불감증'이 무리한 방법을 선택해 철거를 강행했고, 감리·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안전 관리자의 감독 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사가 발생했다고 결론내렸다.
붕괴의 발단이 된 철거 공사, 부실 감리 지정 절차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입건자는 9명이다.
원청업체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관계자 3명, 하청사 '한솔' 관계자 2명,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1명, 굴착기 기사(백솔 대표) 1명, 감리자 1명 등 8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관리·감독 주체인 광주 동구청 건축과 공무원 1명은 전직 공무원의 청탁을 받고 절차를 어긴 채 감리를 임의 지정한 사실이 드러나 '청탁금지법'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가운데 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 공정 감독을 도맡은 하청사 2곳(한솔·다원이앤씨) 현장 소장,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감리자 등 5명이 구속됐다.
현대산업개발 안전부장·공무부장, 불법 재하청을 준 한솔 대표, 동구청 공무원 등 4명은 불구속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불법 하도급을 받은 철거업체 백솔은 해체계획서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철거 공정을 진행했고, 이를 알고도 원청·하도급 업체 현장 관리자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감리자 또한 단 한 차례도 현장 감리를 하지 않는 등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됐다.
경찰은 무리한 철거 공정의 근본 원인이 계약 체결과정에서 불법적 금품 수수,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입찰 담합 행위, '다단계'식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비상식적인 공사 대금 산정에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무리한 철거 공정과 불법 재하도급을 초래한 철거업체 선정 과정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1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공정별 하청 철거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석면(조합→다원이앤씨→백솔) ▲지장물(조합→한솔·다원이앤씨·거산건설)로 파악됐다.
이 같은 계약 구조 속에서 공사 수주업체와 브로커 사이에 수 억원대 금품이 오가고, 지분 나누기 형태의 입찰 담합 등 불법행위가 이뤄진 일부 정황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경찰은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어긴 다원이앤씨·한솔·백솔, 석면 해체 면허 대여업체, 석면 철거 감리업체 관계자 8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이 철거 공정 개입, 장비 등록 기록 등으로 미뤄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판단,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현대산업개발의 건설산업기본법위반 혐의 사실을 관할 행정관청에 통보했다.
철거 업체 선정 비위와 관련해서는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 4명과 계약 브로커 2명을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브로커들은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조합과 계약을 맺게 하는 대가로 철거업체 2곳(한솔·다원이앤씨)·정비기반시설 업체 1곳 관계자들로부터 4~5차례에 걸쳐 억대의 돈을 받아 나눠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1명은 구속됐으나, 공범 문흥식(전임 5·18구속부상자회장)씨는 지난달 13일 해외로 도주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중점을 뒀던 붕괴 원인·책임자 규명 수사가 일단락됐다고 본다. 이제는 참사의 근본 배경으로 꼽히는 재개발조합 비리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