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역 택시 단속현장 가보니…"승차거부 여전"

2013-10-18     엄정애 기자

택시 요금 인상 6일째인 17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도로, '교통단속'이라는 문구가 적힌 검은색 조끼 차림의 남성들이 길가에 늘어선 택시들을 지켜보고 있다.

택시 요금 인상 후에도 승차거부가 줄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서울시 교통지도과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4시간 동안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단속원 28명은 4개조로 나뉘어 택시 승객이 많은 8번 출구, 9번 출구, 2번 출구, 상상마당 앞 등에 투입됐다. 승객이 택시에 탔다가 내리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택시가 승객을 태우지 않고 장기간 정차해 있는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단속원들은 시선 유도봉을 이용해 승차거부 택시를 멈춰세우는 일, 승차거부 장면을 촬영하는 일, 승객들로부터 사실을 확인하는 일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강영석 주무관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요금이 오른 뒤에도 서비스는 여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단속을 더욱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은 '비노출 단속'이지만 단속원들의 조끼 차림인데다 유도봉을 들고 있어 많은 택시들이 단속 사실을 눈치 채고 있는 분위기였다.

오후 11시가 되자 서울특별시 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 20여명이 '교통 규율 준수'라는 문구가 적힌 형광색 띠를 두르고 단속 지역으로 나왔다. 조합원들은 택시들을 한 줄로 세우고 승객들을 택시로 안내하며 승차 거부 근절 캠페인을 벌였다.

사전에 단속 사실이 많이 알려진데다 조합에서 캠페인을 벌인 덕분에 단속에 적발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이날 단속원들의 주된 업무는 승객들의 행선지를 묻고 택시를 잡아주는 일이 돼 버렸다.

오전 1시께 승차 거부 택시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한 30대 남성이 택시에 타지 못하자 단속원들이 그 이유를 물었다. 승객은 "연희동에 가자고 하자 기사가 미세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는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느라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단속원들은 연희동을 가기 위해서는 유턴을 해야 하고 거리도 짧기 때문에 승차 거부를 했다고 판단하고 구청에 통보했다.

승차거부 택시들은 주로 '밥을 먹으러 간다', '화장실이 급하다', '집에 가는 길이다', '외국인 승객과 말이 안 통했다'는 등의 핑계를 댄다. 길을 건너서 탈 것을 유도하는 것도 흔한 승차거부 유형 중 하나다.

한 단속원은 "시민들이 길을 건너서 타라는 말을 승차거부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사실 택시에 타기 전에 자신의 행선지를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승차거부가 빈발하는 강남역 인근에서도 단속이 진행됐다. 지하철 10번 출구 주변에 10여명의 단속인력이 투입됐지만 역시 적발 건수는 없었다.

단속원 A씨는 "평소 하루 평균 3~5건을 적발하는데 오늘은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지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승차거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적발 건수는 1건에 불과했지만 단속원들은 택시 요금 인상 이후에도 승차거부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단속원 B씨는 "이렇게 보고 있으면 대놓고 승차거부를 하지는 못하니까 단속을 하는 지역만 개선된다"며 "전국적으로 승차거부율이 줄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역시 택시들의 승차거부 행위가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변민정(29·여)씨는 "택시요금이 오르고 나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며 "며칠 전에도 한밤중에 승차거부를 당해 추운 밤 혼자 남겨지게 됐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신선애(25 여)씨는 "택시 기본요금 앞자리 숫자가 3으로 바뀌어 가뜩이나 부담스러운데 승차거부도 별로 줄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승객들이 승차거부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서울시 도로교통과 관계자는 "강남을 지나는 택시 10대 중 7대는 경기 택시라 서울 승객을 받지 않는다"며 "이런 것을 승차거부라 여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승차거부에 대한 처벌이 약한 측면이 있다"며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