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타깃 된 '이성윤 공소장 유출'…여권 눈치보기?
'이성윤 공소장 유출' 3호사건 택한 공수처 고소·고발 및 다른 검사사건 제쳐두고 선정 정부·여당 쟁점화…'조희연 사건' 반발 의식? "쟁점 간단해서"라지만…처벌가능성 논란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을 '3호 사건'으로 선정한 가운데, 여기에 수사력을 투입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쟁점화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공수처가 사실상 '하명수사'에 나섰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여당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수사하는 공수처를 향해 불만을 쏟아낸 것을 의식했다는 평가도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전날 김한메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원지검은 지난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기소 이후 일부 언론에서 이 지검장의 공소사실을 요약한 내용을 보도했는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유출자와 경위를 밝히라며 조사와 감찰을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감찰부 등의 부서 인력을 투입해 유출자를 확인 중이다.
이처럼 검찰 차원의 조사와 감찰이 진행되던 중 사세행이 지난 17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검사를 수사해달라며 공수처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공수처 '3호 사건'으로 선정하고 고발장이 접수된 지 일주일 만에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이번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공수처에는 수천건의 고소·고발장이 접수돼 있고 '김학의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검찰 관계자들 사건도 이첩된 상태다. 이첩 여부를 신속히 밝혀달라는 검찰의 요청에도 두 달여가 지난 뒤에야 이규원 검사 사건을 '2호 사건'으로 선정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3호 사건 선정의 출발점이 정부·여당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박 장관뿐 아니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유출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논란'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해 여권으로부터 쏟아진 질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 교육감 사건을 1호로 선정한 이후 여권에서 아주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며 "일종의 물타기로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려는 것 같다. 여론에 영합하는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의 수사기구가 될지 바로미터일 것"이라며 "옛날에는 검찰이 다 했는데 이제는 검찰이 말을 안 들으니까 말을 잘 듣는 공수처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공수처 측은 부족한 수사 인력을 감안해 비교적 쟁점이 간단한 사건을 선정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진상 조사가 시작됐을 때도 형사처벌까진 힘들지 않겠냐고 보는 분위기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죄가 되는지 많은 법조인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공무상 비밀인지에 대해서다"라며 "비밀이라면 비밀로 분류하고 유출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되는데 누구나 다 열람할 수 있도록 해놨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사법과 관련한 법률 위반 등 여러 논란이 있는 상황인데 공수처가 이것을 수사하는 게 납득할 수 없다"며 "정치적 편향성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이 자체적인 진상 조사와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 수사가 본격화되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