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물품구입·연구용역비 연말에 무더기 집행"

2013-10-15     이원환 기자

감사원이 책상이나 에어컨, 컴퓨터, 복사기, 카메라 등의 물품구입 비용인 자산취득비와 연구용역 예산을 연말에 무더기로 집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15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행정부처의 연말 낭비적 예산 집행을 감시해야 할 감사원이 정작 자체 예산을 이월·불용처리하지 않기 위해 연말에 예산을 무더기로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취득비는 총 12억5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66.6%인 8억3300만원이 4분기에 집행됐다.

특히 12월에 집행된 금액만 전체 자산취득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6억1500만원이었으며 지난해 12월31일 하루 동안에만 11개 품목을 구입하는 데 1억7600만원을 쏟아부었다.

김 의원은 "보통 12월31일은 종무식을 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정상인데 감사원 직원들은 물건 사고 쇼핑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최근 5년간 자산취득비의 4분기 집행 비율은 평균 53.2%로 전체 자산취득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 연말에 집중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용역 예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의 '2012년 연구용역 분기별 체결 현황'에 따르면 총 28건의 연구용역 중 4분기에 체결된 용역이 전체의 60.7%인 17건으로 12월에만 전체의 42.9%인 12건이 체결됐다.

감사원은 행정부의 연말 낭비적 예산 집행을 예방하기 위해 2008년과 2009년에 '연도말 예산 집행 실태' 감사에 착수, 낭비적 예산 집행 사례를 대거 발표하고 각급 행정기관에 주의 및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어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감사원은 이듬해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거나 최소한 올해와 같은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예산을 연말에 몰아 쓰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주어진 예산이라고 연말에 몰아서 집행한다면 그건 곧 예산낭비로 국민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