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8개국 정상과 '세일즈 외교' 양자회담

2013-10-11     이원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부터 시작한 6박 8일간의 인도네시아·브루나이 방문길에서 8개국 정상들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통해 FTA(자유무역협정), 한반도 안보문제등 과 관련해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굵직한 다자정상외교 일정과 별도로 이뤄진 양자회담은 주요국들과 잇따라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7일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캐나다·멕시코·페루 등 4개국과 양자회담을 갖고 브루나이에서 열린 ASEAN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회의 중간에 브루나이·싱가포르·호주·미얀마 등 4개국과 정상회담을 숨가쁘게 진행했다.

총 8차례의 양자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현지진출 지원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무역 확대 등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뿐만 아니라 북핵 등 한반도 안보현안에 있어 보다 진전된 중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한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세일즈 외교 성과 '풍성'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만나 올해 안에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해 노력하자는데 공감했다. 한·캐나다 FTA 협상은 소고기 시장 추가개방 문제로 지난 2008년 중단됐다가 지난해 6월에 협상이 재개됐다.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하키로 하고 현재 국장급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는 FTA 협상을 차관보급으로 격상하는데 합의했다. 협상 레벨을 한단계 격상한데다 올해 말까지 타결하자는데 정상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한·캐나다 FTA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과 잇달아 양자회담을 가지며 중남미 세일즈 외교에도 시동을 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중남미 국가 원수와 처음으로 정상외교를 갖고 대중남미 세일즈 내지는 동반성장외교를 본격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와의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발전소·도로·항만 등 멕시코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및 자원·에너지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원활히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니에토 대통령도 멕시코의 대형 투자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또 수출입은행이 한국 기업에 대해서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멕시코의 국영석유회사인 페멕스(PEMEX)와 합의한 것과 관련해 한국기업의 진출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FTA가 체결돼있지 않은 상황임에도 조달 참여 협력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의 경우 공기업이 참여하는 조달사업에는 FTA가 체결돼 있는 국가의 기업들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금융협력을 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조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한·멕시코 FTA의 경우 멕시코가 자국 제조업 기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협상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뒤이어 열린 페루와의 정상회담에서는 2011년에 체결된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를 더욱 심화·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 양국 정상이 의견을 같이 했다. KT-1 공군 기본훈련기의 수출, 다목적 군수지원함, 스마트순찰차 지원 등 본격화되고 있는 양국 간 방위산업 협력을 확대하고 가능한 선에서 한국의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데도 합의했다.

나아가 우말라 대통령은 먼저 페루가 현재 진행 중인 인프라 건설사업 중 광대역인터넷사업 및 상하수도사업 등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페루의 항공·도로·철도·항만 등 각종 대규모 인프라 건설 및 자원·에너지분야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9일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브루나이가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교량 건설 프로젝트의 한국 기업 참여를 지원했다. 브루나이는 현재 총 34억달러 규모의 무아라-템부롱 해상교량 및 PMB(Pulau Muara Besar)섬 해상교량, 브루나이 교량 등의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열린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는 광물자원 개발 투자와 FTA 타결 노력 등이 논의됐다. 호주는 우리나라의 1위 해외광물자원 투자대상국이다.

박 대통령은 호주의 대규모 유연탄 프로젝트 등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와 관련한 투자 진출의 어려움을 언급했으며 애벗 총리도 호주 신정부가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호주 FTA와 관련해서는 신속한 타결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디자인·IT·소프트웨어·지식서비스 등 창조산업 분야에서 공동으로 협력해나가길 희망했으며 애벗 총리도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 의지를 밝혔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는 양국간에 이미 체결된 FTA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이행점검과 항공협력 확대가 논의됐다.

또 박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싱가포르의 금융투자 확대 및 우리 기업의 싱가포르 내 마리나베이, 창이공항 제4터미널, 도심 지하철 공사 등 건설 수주 진출과 관련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북핵 문제 해결 위한 지원 확보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는 지난 6월 말 중국 국빈방문에 이어 석 달만에 가진 만남으로 박 대통령이 한 국가 정상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담은 대북문제에 있어 중재자이자 맏형 역할을 해온 국가인 중국으로부터 북핵 문제에 있어 보다 진전된 입장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영변 원자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중단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가능한 한 단시일 내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것을 위해 중국측이 앞으로 계속 적극적인 협조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한다"며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에 대해서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는 양국 정상이 북핵 불용과 북한의 핵보유 반대라는 공통된 인식하에 한반도 비핵화 실현 노력에 대한 확고한 협력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발표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담긴 북핵 관련 입장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성명에는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해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는 표현이 사용됐다.

'북핵'을 명시하는 대신 '유관 핵무기'라는 완곡한 표현을 쓴 것인데 이 때문에 한국 측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우려와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추가로 명시키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발언은 지난번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다만 표현이 보다 명확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박 대통령은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도 "북한이 미얀마의 개혁·개방정책을 본받아 진정한 변화와 평화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에 테인 대통령은 "미얀마는 핵비확산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TPP 대비한 토대 마련

박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TPP 참여 여부와 관련한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양자회담을 통해 TPP에 대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아태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한 협정으로서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격을 띄고 있다. 2005년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등 4개국이 체결한 FTA를 계기로 미국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논의가 급진전됐으며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호주, 멕시코, 캐나다, 일본 등 12개국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TPP 참가를 계속해서 검토해 왔으며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를 공식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추후 TPP에 참여하게 될 상황을 고려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참가국들과의 별도 접촉을 확대했다. 양자회담을 가진 8개국 가운데 중국·미얀마를 제외한 6개국이 TPP 참가국들이다.

추후 TPP에 참여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사전에 참가국들과 개별적으로 FTA 체결 등을 통한 관계 진전이 TPP 가입시 추가될 수 있는 제반비용을 줄여 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TPP에 대한 직접 참여의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TPP에 참여하게 될 경우를 고려해 이를 위한 토대를 사전에 만들어나간다는 입장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TPP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과 우리가 FTA에 관해 개별적으로 관계를 좀 더 심화해 나갈 수 있다고 하면 결국 TPP에 가입한다고 했을 때 물리적인 어려움 등이 훨씬 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나이 국왕과 환담하는 박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