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과 ‘대중 제재’ 美 vs 북·러 밀착 중국…북·미 관계 불똥 튀나
美, EU·캐나다 등과 中 인권 문제 삼아 동시다발 제재 “미중 갈등에 북미·남북관계 휘말리면 성과 도출 어려워”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설전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미국과 중국이 세력 결집에 나서면서 북미 관계에 불똥이 튈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동시다발적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 전략적 협력 강화를 과시하면서 밀착 행보를 심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중은 지난 18~19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마주 앉았지만 공동성명도 내지 못한 채 돌아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신장, 홍콩, 티베트, 대만, 사이버 공간 등 상충 영역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했다고 밝혔고,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건설적이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미중 고위급 회담 이후다. 미중 갈등이 수면화된 후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처음으로 서방국가와 공조해 중국을 겨냥한 압박에 나섰고, 중국 역시 러시아, 북한과 전략적 협력 행보를 강화하며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유린에 대응해 중국 관리 2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고, 미국 내 자산 동결, 비자 제한 조치 등을 취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에 책임 있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 6개국의 개인 11명과 단체 4곳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영국과 캐나다도 대중 제재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서 교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중 밀월을 과시했다. 그는 친서에서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며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호 관계는 귀중한 보물”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존하기 위해 북한 및 기타 관련 당사국들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며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반도 문제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위원장 역시 “적대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데 대해 강조했다”고 화답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시 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처럼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고, 미국은 일본, 한국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신냉전 구도가 가시화될 경우 한반도 문제의 진전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방한 기간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중국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설 경우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협력은 요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중이 밀착을 강화하는 신호탄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중 갈등 속에 북미, 남북 관계가 빨려 들어갈 경우 성과 도출이 어렵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맞게 북미 협상을 진행할 것이며 중국도 대미 관계에서 북한의 존재가 확실히 부각되게 될 것”이라며 “북미 탐색전 겸 기싸움이 대결로 이어질 경우 한반도 문제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핵 문제에서 협력해야 하는 미중이 등을 맞대면서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 15일~17일, 17~18일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해 미·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갖고 중국 견제 의도를 명백히 드러냈다. 블링컨 장관은 방한 기간 신장, 티베트, 홍콩 등 인권 문제를 정면 비판하고, 인권과 민주주의 등 문제에서 협력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연방 외교장관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라브로프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22일~23일 중국을 방문한 직후 이날 오후 늦게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앞서 중·러 외교장관이 미국을 향해 내정 간섭과 집단 대결 중단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방한 기간 한반도 문제를 비롯해 미중 갈등에 대한 중·러의 입장을 전하고, 한미 협력에 견제구를 던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