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훈련에 “대화기구 폐지” 언급…남북관계 냉기류
김여정 담화…“3년 전 봄날 돌아오기 어려울 것” “실행 가능성 있어…남북관계 근간 뒤흔들 수도”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강력 반발하며 대남 대화기구 폐지 가능성을 거론했다. 남북관계가 올해도 냉기류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6일 노동신문에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개인 담화를 내고, 지난 8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을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의 동족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불능 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며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와 “앞으로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 부부장은 남측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이 지난해 김 부부장 담화를 통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하고 실행에 옮긴 점에 비춰보면 이번 경고가 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해 6월 김여정 담화문 발언이 나온 지 사흘 만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과 유사하다”며 “김 부부장의 담화로 공식적으로 던진 만큼 단순히 말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고, 실제 행동을 예고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와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교류협력기구들을 없애는 문제는 남북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대화, 협력의 역사를 되돌린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조평통은 1960년대 대남기구 통일전선부의 외곽단체로 설립됐고 2016년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기구로 승격됐다. 북측은 2018년 이후 다섯 차례의 남북 고위급회담에 조평통 위원장을 수석대표로 참석시켰다.
금강산국제관광국은 2019년 말 북측이 금강산시설 철거를 주장하며 통지문 등을 보낼 때 처음 확인됐지만, 1998년 금강산관광 시작과 함께 설립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등 기구가 개칭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김 부부장은 “이런 중대조치(조평통 및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 드린 상태에 있다”며 최종 결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몫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김 부부장이 언급한 대남 ‘대적사업’과 ‘군사조치’를 김 위원장이 보류시킨 전례가 있어 남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측의 도발 정도에 따라 군사합의 파기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대목도 연장선에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담화가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대북정책 방향 설정을 압박하는 데 방점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 김 부부장 담화를 통해 “앞으로 4년 간 발편잠을 자고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 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신 행정부를 직접 거론하는 첫 공식 메시지도 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앞두고 어떤 대북정책을 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압박한 것”이라며 “담화 말미에 미국에 대해서도 경고함으로써 한·미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담화와 관련, “남북 적대관계 해소는 대화에서 시작되고 협상에서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얘기한 여러 조치를 예단하기보다는 어떤 경우에도 대화, 협력 시도를 계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아울러 “한미연합훈련이 마무리되는 시점이고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을 하루 앞두고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며 “이번 미 국무·국방장관 방한을 계기로 대북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