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식욕 해소, 음식테마 거리 탐방’ 10월 명소들

2013-10-06     김지원 기자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의 막이 올랐다. 옷은 점점 길어지고 두툼해지니 배가 나와도, 팔에 살이 붙어도 반팔의 계절 여름을 앞둔 봄처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늘이 허락한 살쪄도 되는 이 계절 식도락을 놓칠 수 없다. 한국관광공사가 ‘넘치는 식욕 해소! 음식테마 거리 탐방’이라는 테마 아래 ‘10월에 가볼 만한 곳’ 8곳을 선정했다.

◇상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젊음의 맛길, 대구 안지랑 곱창 거리(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로36길)

타지에 사는 대구 젊은이들에게 고향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면, 대구를 한 번쯤 찾았던 외지인들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는 맛이 있다면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안지랑 곱창거리의 양념 곱창구이와 그 감칠 맛일 것이다.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곱창구이는 폐쇄 위기에 처한 안지랑 시장을 곱창거리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상인들의 남다른 노력과 화합도 더해졌다. 맛과 가격을 지키기 위해 곱창 공장 두 곳을 정하고, 돼지 곱창 공동 구매와 곱창 손질법 개발, 위생 관리를 상인회가 함께했다. 시장 내 편의 시설 확충, 호객 행위 금지 같은 규칙을 정하고, 이를 한결같이 지켜온 것도 이 거리가 존속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곱창으로 ‘곱창’을 채웠다면 곱창거리 앞에 자리한 대구 시가지 전망대 앞산공원부터 옛 생활과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달성군의 마비정 벽화마을과 달성 도동서원, 대구 공구 상가의 역사가 남아 있는 중구의 공구박물관 등도 둘러보자. 대구광역시청 관광문화재과 053-803-6512

◇복 요리 A에서 Z까지, 마산 오동동 복요리 거리(경남 창원시 오동동)

경남 창원에 가면 옛 마산 오동동을 찾아보자.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복어 요리로 즐거운 술자리를 만들고 해장도 하는 유서 깊은 ‘복 요리 거리’가 있다. 창원시 자료에 따르면, 이 거리에는 복 요리 식당이 27곳, 20년 이상 영업을 하는 집도 예닐곱 집에 달한다. 이곳의 복 요리 역사는 1945년 문을 연 한 식당에서 시작된다. 이후 1970년대에 두세 집이 영업을 했고, 20여 년 전부터 식당이 늘어났다. 회, 찜, 수육, 불고기, 튀김, 껍질무침, 맑은 탕, 매운탕 등 종류는 가지가지이지만 공통점은 맛있고 저렴하다는 것이다.

복 요리로 복(服)을 달랬으면 눈도 채워야 할 차례다. 복 요리 거리 바로 앞이 마산 어시장이다. 옛 마산의 번화가이자 1950~1980년대 문화 예술 중심지인 창동에 가면 창동예술촌이 기다린다. 봉암수원지에 조성된 산책로와 숲 속에 돌탑 약 970기가 있는 돌탑 군락지도 놓칠 수 없다. 창원시청 문화관광과 055-225-3691

◇추어탕, 남원에서 맛보다, 남원 추어탕거리(전북 남원시 요천로 일대)

남원 추어탕은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20여 개 식당이 모여 거리를 형성할 정도로 유명한 토속 음식이다. 남원 추어탕은 ‘새집’을 필두로 조금씩 다른 조리법과 맛을 보여주는 식당들이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물과 시래기를 모자람 없이 주는 인심도 닮았다. 다른 지역 추어탕이 따라올 수 없는 맛의 비결을 두고 지역 사람들은 남원 미꾸라지와 지리산 고랭지에서 재배한 추어탕 전용 무청으로 끓였기 때문이라고 자랑한다.

남원에 와서 추어탕만 먹어도 충분하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춘향’이다. 광한루원은 남원 추어탕과는 실과 바늘 같은 탐방지이고, 추어탕 거리 앞의 요천을 건너면 ‘춘향테마파크’도 있다. ‘춘향전’을 테마로 꾸며진 공간을 돌아보며 전통 공예 체험을 하고, 판소리와 장구도 배울 수 있다. 남원항공우주천문대와 덕음산 솔바람길도 챙겨 볼 명소다. 남원시 종합관광안내센터 063-632-1330

◇가을철 식탐, 도토리로 잡는다! 대전 구즉여울묵마을(대전시 유성구 관편동)

대전을 대표하는 구즉 도토리묵은 건강과 다이어트에 효과 높은 무공해 웰빙 식품이다. 가을인데도 먹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있어 신의 선물이라 할 만하다. 유성구 북대전 IC 인근에 자리한 구즉 여울 묵 마을은 이름 그대로 묵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곳이다. 채묵밥을 비롯해 묵무침과 묵전 등 다양한 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사 후에는 구즉 여울 묵마을 체험관에 들러 묵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지난달 개장한 스카이로드는 대전 식도락 여행에서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다. 지질박물관이나 대전 오월드, 뿌리공원 등은 자녀들에게 가을 추억을 만들어주기에 최적이다. 대전광역시청 관광산업과 042-270-3973

◇금강의 맛을 만나다, 옥천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음식거리(충북 청산면 지전길)

옥천(沃川), 말 그대로 기름지고 비옥한 강을 간직한 고장을 뜻한다. 금강 물줄기가 이곳을 가로질러 흐른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고장답게 다양한 물고기가 많고, 이를 이용한 향토 음식이 다채롭다. 특히 보청천이 휘감고 흐르는 청산면은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를 내는 식당들이 모여 음식거리를 이룬다. 생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맛도 좋아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옥천은 정지용(1902~1950)의 시 ‘향수’로 유명한 고장이자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서 의병 700명과 함께 순절한 의병장 조헌(1544~1592)의 유적이 있는 고장이다. 부소담악과 둔주봉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은 금강의 물줄기가 빚어낸 예술품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옥천군청 문화관광과 043-730-3413

◇바다 향 깃든 고소하고 부드러운 순두부, 강릉 초당두부마을(강원 강릉시 초당동)

서울에서도 이름난 두부 요리집을 가보면 두 글자가 꼭 있다. 바로 ‘초당’이다. 그 원조가 바로 바다 향 가득한 강릉 초당마을이다. 이 마을의 순두부가 각광 받는 것은 전통적 제조 방법 덕이다. 바닷물을 간수로 쓰고,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를 제조한다. 조선 광해군 때의 이상주의자 허균(1569~1618)의 부친이 집 앞 샘물로 콩물을 끓이고,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든 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정말로 긴 역사를 간직한다. 초당동 두부마을에는 대를 이어 순두부집을 하는 식당 등이 20곳 가까이 있다. 등 굽은 할머니들이 가마솥에서 콩물을 끓이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훈훈한 새벽 풍경이다. 정성이 깃든 이곳 순두부의 맛은 고소하고, 질감은 몽글몽글하고 부드럽다. 순두부에 간장 대신 콩나물, 묵은 김치 등을 얹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두부로 허기를 달랬다면 허균․허난설헌기념관, 경포해변 솔숲, 강릉선교장 등을 산책하면 좋다. 안목해변의 커피거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131

◇임금님 입맛 사로잡은 밥이 여기에, 이천 쌀밥거리(경기 이천시 경충대로, 신둔면 원적로 등)

경기 이천은 우리나라 쌀을 대표하는 고장이다. 흔히 ‘국내 최고, 최상의 쌀’로 이천 쌀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앉는다. 바로 조선시대 임금님이 드시던 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성종이 여주의 세종 능에 성묘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던 중 이천에 머물렀는데 이천부사가 이천 쌀로 수라상을 올리면서 맛이 아주 좋다는 평을 내렸고 이후 진상미(進上米)의 반열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쓴 농서 ‘행포지’에도 이천 쌀의 우수성이 나타난다.

다산고교 앞에서 기치미고개를 지나 3번 국도를 따라 북쪽의 넋고개까지 경충대로변에 쌀밥집이 모여 있다. 돌솥에 지은 쌀밥을 중심으로 간장게장, 갈비찜, 생선구이, 편육, 밀전병 등 밑반찬이 푸짐하게 나오는데다 쌀밥부터 밑반찬까지 다 맛있어 가을 나들이에 나선 처지이지만 좀처럼 일어날 수 없다. (이천관광안내소 031-634-6770)

◇넉넉한 인심에 국밥 먹으면 수육은 덤, 순천 국밥골목(전남 순천시 동외동)

순천 웃장에 있는 국밥골목은 넉넉한 인심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두 명 이상 가서 돼지국밥을 주문하면 돼지머리 수육을 덤으로 준다. 맛뵈기가 아니라 둘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니 풍성한 인심을 가늠할 만하다. 돼지머리 뼈를 푹 고아서 만든 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끓여내 맑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고, 넉넉한 인심이 곁들어져 주머니 가벼운 학생부터 막걸리 반주를 즐기는 중년 어르신까지 골목 안이 하루 종일 활기가 넘친다.

국밥으로 배를 채웠다면 오는 20일에 막을 내리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꼭 찾자. 세계 각국의 전통 정원과 순천만 습지를 살펴보고,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서 평생 잊히지 않을 해넘이를 가슴에 담아볼 기회자. 낙안읍성을 찾아 성벽도 밟고, 초가 사이 골목도 거닐며 가을이 내려앉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여행의 대미는 선암사 가는 길목의 순천 전통 야생차 체험관에서 장식하자. 녹차의 그윽한 향과 깊은 맛에 피로도 사라지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순천역 관광안내소 061-749-3107

          10월의 가볼 만한 곳-전남 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