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기혼자만 친양자 입양 합헌"
혼인한 부부만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기혼부부와 달리 독신자에게 친양자 입양을 허용치 않은 것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서울가정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위헌 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6명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옛 민법 제908조의2는 친양자를 입양하기 위해서는 3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가 공동입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편 또는 아내 일방의 친자녀일 경우엔 혼인 1년 이상이면 가능하다.
재판부는 이 조항에 대해 "독신자의 평등권 및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법정의견을 낸 박한철·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은 "이 조항의 목적은 안정된 양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가정에 입양되도록 함으로써 양자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독신자에게 허용할 경우 처음부터 편친가정을 이루고 사실상 혼외자를 만드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양육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독신자는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없지만 입양특례법에 따른 일반입양은 할 수 있다"며 "따라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독신자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정미·김이수·이진성·서기석·조용호 등 재판관 5명은 "독신자를 친양자 입양의 양친에서 배제하는 것은 독신자의 평등권 및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기혼이라는 점이 양자의 복리증진에 적합한 양육환경을 절대적으로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다"며 "독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친양자 입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양자의 복리실현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반입양은 친양자 입양에 비해 가족관계등록법상 증명서를 통해 외부에 드러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최상의 양육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독신자에게 일반입양은 친양자 입양을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혼 여의사인 A씨는 평소 가족같이 지내던 박모씨가 사망한 뒤 유족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등 친분을 유지했고 박씨 아내의 동의를 얻어 아이들을 친양자로 입양하려 했지만 미혼이라는 이유로 거부되자 위헌법률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