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의 향기가 물씬~ 막내의 반란 '프리랜더2'

2013-09-19     엄정애 기자

옛날 고랫적 '프리랜더'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기 때문일까.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자 동글동글하고 콤팩트했던 '귀요미'는 온데간데없고, 사각턱에 넓은 어깨를 지닌 '상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강남의 한 협소한 주차공간 내 '여백의 미' 없이 한 가득 들어서 있는 은색 '프리랜더2'.

프리랜더2는 랜드로버가 젊은층들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엔트로급 모델이다. 서열로는 랜드로버의 '막내'지만 전폭(너비)이 무려 2005㎜로, 상위모델인 디스커버리4(1970mm) 보다도 더 넓은 어깨를 자랑한다.

생각보다 큰 사이즈에 일단 한번 '움찔'. 그래도 각진 얼굴에 단정한 헤드라이트, 은색과 검정색의 적절한 조화로 구형 프리랜더보다 한층 고급스러워진 외관은 마치 군대에서 막 제대한 막내동생같은 느낌이랄까.

이제 차에 올라타려는데…

하필이면 이날 입은 치마가 폭이 좁을 게 뭐람.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차에 올라탈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차문과 운전석 의자에 두 팔을 의지한 채 제자리 점프. 운전석에 무사히 앉는데 성공했다.

썩 유쾌하진 않은 첫 만남인데… 운전석에 올라타자 부드러운 가죽과 허리와 목을 편안하게 받쳐주는 편안한 시트에 살짝 '삐친'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또 운전석 옆에 적당한 높이에 위치한 암레스트와 운전자석과 조수석 사이 스마트폰을 올려놓을 수 있는 트레이 등 운전자를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 호감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시동버튼을 누른 후 내부를 찬찬히 살펴봤다.

일단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재질은 플라스틱이어 겉모습보다는 고급감이 살짝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상이 마음에 든다. 5인치 TFT 스크린을 포함한 계기판을 통해 온도, 연료 수준, 기어 위치 및 전자동 지형 반응모드 등 관련 정보를 한 눈에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가운데 있는 원형 모양의 아날로그 시계가 너무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운전 중에 틈틈이 시간을 확인하기는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프리랜더2에는 하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탑재돼 있다. 내부의 커버를 닫으면 밖이 완전히 가려지는 방식이 아니라 그물망 스타일의 커버로 덮여있어 굳이 선루프를 열지 않아도 하늘을 느낄 수 있다.

운전석이나 조수석도 널찍하다. 레그룸과 헤드룸을 충분히 확보, 웬만큼 키 큰 남성들도 편안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뒷좌석 역시 건장한 성인 3명이 타도 넉넉할 만큼 넓었다. 적재공간도 훌륭하다. 기본 적재공간은 755ℓ. 여기에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670ℓ까지 짐을 실을 수 있어 캠핑족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주행성능은 어떨까. 이날 시승한 모델은 최대 190마력을 발휘하는 2.2리터 직분사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된 'SD4 HSE'.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밟는 대로 차가 움직여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구간에서 운전하기가 매우 편했다. 승차감도 뛰어났다. 시속 80㎞의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살짝 흔들릴 뿐 별 다른 충격이 전달되지 않을 정도였다.

가속면에서는 조금 답답했다.

시내를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에 올라타 액셀러레이터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했더니 속도가 더디게 올라가는 느낌이다. 80~100㎞를 넘어 140㎞ 이상으로 속도를 쭉 올려봤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가지는 않았다.

핸들은 예민한 편이어서 2톤에 가까운 육중한 몸집에도 몸놀림이 재빨랐다. 가장 마음에 드는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안정감. 이날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고속을 유지하며 코너링을 해도 몸이 쏠리는 현상이 적어 불안감이 덜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소음이다.

저속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시속 120㎞를 넘어서자 풍절음과 빗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개방감을 강조한 디자인 때문일까. 파노라마 선루프와 창가에 닿는 빗소리와 바람소리가 살짝 거슬리게 들렸다.

연비도 아쉬웠다.

1985㎏에 달하는 엄청난 무게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인지 디젤모델임에도 공인연비는 리터당 12.0㎞에 불과하다. 연비나 가격을 고려하면 도심에서만 타려는 운전자에게는 '비추'다. 그러나 산으로, 들로 떠나는 것을 즐기는 가족 단위에게는 추전하고 싶은 차다.

프리랜더2의 가격은 2.2 SD4 HSE가 5950만원, 가솔린 모델인 2.0 Si4 HSE는 61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