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터널내 CCTV 설치 "단 한곳도 없었다"… 대형사고 사각지대
국토부 "'철도시설물 관리규정'에 운용지침 없어...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 철도 터널내 CCTV(영상감시장치)가 설치된 곳이 단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터널내 화재 등 긴급 사고가 발생하면 실시간 정보수집이 불가능해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3일 뉴시스가 입수한 경부고속철도 영상감시설비(CCTV) 현황에 따르면 전국 고속철도(KTX) 및 일반열차 구간 터널 안(터널 초입과 종점부 제외)에는 CCTV가 단 한 개도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감시 및 예방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도로시설물 관리지침'에 따라 터널내 CCTV, 자동화재탐지설비, 제연설비 등을 설치·운용 중이지만, 국토교통부의 '철도시설물관리규정'에는 터널에 대한 CCTV 운용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철도관리 규정'에는 교량, 터널 등의 선로구조물에는 안전 및 재난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이 조차도 CCTV설치 의무화 등 세부규정은 명확치 않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기준자체가 1㎞ 이상 터널의 입·출구와 출입이 용이한 취약개소에만 설치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며 "예산을 투자하면 (터널)안에도 CCTV 설치를 할 수 있는데 아직까진 (예산부족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상위법(철도시설물관리규정)의 제도 개선이 되면 설계할 때부터 CCTV 설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가 중요시설인 고속철도의 테러나 외부인 출입 등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는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터널 내 CCTV 미설치와 관련 '안전 불감증'의 탁상행정을 문제 삼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미경 의원(민주당)은 "근본적으로 인재(人災)를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예방조치가 갖춰져야 하는데 (터널내) CCTV 조차 설치하지 않는 것은 대형사고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나 해당 기관에서 사고가 날때마다 기관사나 담당직원에 대한 '휴먼 에러'(사람의 판단 실수와 표준 조작)에만 집중하지 말고 기본적인 안전장치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발생한 '대구역 열차' 사고의 경우 아직까지 정확히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호체계의 문제점도 원인으로 포함됐다.
대구역 등 일반철도 구간은 고속철도에 설치돼 있는 '선로전환기 감시시스템'은 물론 CCTV 조차 구축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011년 2월 KTX 광명역 인근 터널에서 발생한 'KTX-산천 열차 탈선' 사고는 관제사의 감독 소홀 등 코레일의 미흡한 안전관리가 낳은 인재(人災)로 최종 결론 내려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2004년 고속철도 개통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KTX 탈선사고 인데다 고속운행 중이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철도가 고속화되면서 지형상 산악지대와 교량 건설이 많은 특성을 감안하면 CCTV 설치는 필수적이지만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내년 본 공사를 앞둔 수서~평택간 고속철도는 70% 이상이 터널로 건설될 예정인 가운데 터널 내 사고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