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朴 3자회담 수용 '고심모드' 선택한 이유는?
민주당이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3자회담 제안 수용 여부에 대해 고심모드를 선택했다.
민주당은 일단 즉각적인 수용보다는 의제 등을 파악한 뒤 회담 참여를 선택한다는 입장이다. 선 검토, 후 조치라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청와대 제안의 정확한 의도와 논의될 의제를 확인한 후 당의 공식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3자 회담을 즉각 수용하기보다는 고심모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판단이다. 먼저 민주당은 청와대로부터 또다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김한길 대표의 양자회담 제의에 청와대는 5자회담으로 역제안을 하면서 회담의 격을 낮춘바 있는데 이번에는 일방적인 3자 회담 통보로 민주당은 또한번 뿔이 났다.
3자 회담 제의에 앞서 사전에 야당과 의제 등을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회담 제의는 야당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도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면서 내세웠던 조건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박 대통령 사과 등이다.
민주당은 3자 회담에서 이같은 의제가 논의되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과의 만남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국정원 개혁 등에 대한 의제논의를 확약받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회담에 나섰다가 청와대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김 수석대변인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통보내용과 이어진 청와대의 일방적인 발표는 대화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생략돼 있어 제안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황당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하고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 여야 간에 협의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런 것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엄중한 정국을 여야 영수회담으로 풀라는 국민의 뜻과 간극이 있다"도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청와대의 제안을 즉각 받아들일 경우 정국경색 상황에서 청와대에 끌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동을 둘러싼 성과와 기싸움에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원 개혁을 회동의 주요 의제로 삼기위한 의도도 있어보인다.
3자 회담까지 했다 뚜렷한 성과가 없을 경우 자칫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을 살 수 있고 장외투쟁의 회군 명분도 찾을 수 없다는 지도부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노무현재단이 개최한 '제4회 노무현대통령 기념 학술 심포지엄'과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경민 의원 출판기념회에 각각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났으나 회담 수용 또는 거부 입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정확한 의도나 진위를 모르겠다. 상황을 알아야 대답을 한다. 논의중"이라고 말을 아끼며 신중함을 보였다. 그는 "제안내용부터 알아야한다.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우리 의제는 분명하다"며 "제안 내용을 알아보고 수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결국 정국경색과 정기국회 정상화를 위해 박 대통령과의 3자 회담을 수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청와대 제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드러내지는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청와대와 물밑접촉을 통해 의제 등에 대해 타진한 뒤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이르면 13일께 늦어도 추석 연휴 전까지 당의 공식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