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패밀리 과거·현재·미래…15주년 콘서트
'YG 1호 가수'인 듀오 '지누션'부터 허리를 구축 중인 세븐(27)과 거미(30), 아시아를 무대로 활약 중인 그룹 '빅뱅'과 '투애니원(2NE1)', 최근 막내를 벗어난 싸이(34)와 여기에 일조한 '늦둥이' 타블로(31)까지….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15주년 기념 YG패밀리 콘서트'는 YG엔터테인먼트 패밀리, 즉 양군(양현석)네 가족들의 과거·현재·미래가 수북하게 담긴 흥겨운 잔칫상이었다.
관록을 과시한 지누션의 무대는 과거의 추억에 빠져들게 했다. 예전 YG소속 가수들이 프로젝트 그룹 'YG패밀리'로 발표한 곡 중 하나인 '멋쟁이 신사'를 세븐,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23)과 함께 불러 흥을 돋웠다. 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무대 뒤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YG 대표 작곡가 테디(33)가 속했던 힙합그룹 '원타임'의 영상이 흘러나와 향수에 젖게도 만들었다.
'에이-요(A-YO)', 2NE1의 산다라(27)가 피처링한 '말해줘' 등을 부르며 녹슬지 않은 무대 매너와 실력을 뽐낸 지누션의 지누(40)와 션(39)은 "YG가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와 양 사장님밖에 없었다"며 "15주년을 맞이한 YG가 잘 된 것 다 우리 덕분"이라고 입을 모아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내년 1월 새앨범을 발표할 예정인 세븐은 최근 히트곡인 '베터 투게더'와 '디지털 바운스'를 화려한 춤사위와 함께 선보였다. 무엇보다 기존 히트곡인 '와줘'를 부르며 당시 자신이 유행시킨 롤러블레이드 슈즈를 신고서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모습은 옛 기억을 머금게 했다. 빅뱅의 막내 승리(21)가 선캡 등을 쓰고 예전의 세븐을 흉내, 팬들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MBC TV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가창력을 자랑하고 있는 거미는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등 자신의 히트곡으로 실력을 인증했다. 이와 함께 이소라(42)의 '난 행복해', 빅뱅 리더 지드래곤(23)의 '하트브레이커' 등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 진정한 '보컬리스트'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2월 단독 콘서트 이후 약 9개월 만에 한 무대에 오른 빅뱅은 주목 대상이었다. 대성(22)이 교통 사망사고에 연루됐다가 활동을 중단하고 지드래곤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등 빅뱅은 올해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리며 곤혹을 치렀기 때문이다.
대성은 "무대가 오랜만이다. 서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 지난 시간 동안 다시 한번 음악과 무대에 대해 소중함을 느꼈다.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 잊지 않고 무대에 서도록 하겠다", 지드래곤은 "그간 너무나 죄송했다.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다"고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했다.
콘서트 내내 밝았던 두 사람의 표정에서 그간의 짐을 다소 덜어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팬들은 이날 빅뱅의 첫 곡이었던 '투나잇' 무대에서 6개월 만에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대성이 자신의 소절을 부르자 큰 환호로 화답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의 포문을 연, 그루브가 인상적인 2NE1은 '파이어'를 출발로 '캔트 노바디'와 '고 어웨이' 등을 들려주며 지신들의 존재를 분명히 했다. 빅뱅과 2NE1 순서는 왜 이들이 YG 현재로 통하는지 깨닫게 만들었다. 패션과 음악이 일치하는 스타일이 돋보인 무대였다.
나이는 다른 가수들보다 많으나 늦게 합류했다는 이유로 막내 취급을 받는 싸이와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멤버인 타블로는 YG의 미래를 짐작케 했다. YG표와는 다소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싸이와 타블로는 댄서블하고 어쿠스틱한 각자의 정서로 YG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2부의 막을 연 싸이는 "YG패밀리 콘서트는 나를 중심으로 데칼코마니 형식으로 펼쳐진다"며 "다른 가수들은 1부와 2부에 나눠져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지만 나는 한번에 몰아서 들려준다"는 등의 농을 치는 등 '응원단장'답게 길어서 쳐질 수 있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방방 띄웠다. 특유의 장악력으로 '흔들어 주세요'와 '예술이야', '낙원', '챔피언' 등을 잇따라 들려주며 약 1만3000명의 팬들을 자신의 공연 내내 세워놓았다.
타블로는 '에어백'과 '나쁘다' 등 최근 YG와 계약하고 지난달 내놓은 첫 솔로 앨범 수록곡 위주로 꾸몄다. "YG 막내, 늦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YG에서 쓸쓸한 겨울 분위기를 맡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서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해 학력 위조 괴소문으로 마음앓이를 크게 한 타블로는 "원하지 않는 역경을 부딪히는 것이 젊음이고 인생"이라면서 "내 인생의 에어백은 여러분"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무대 상승 장치와 폭죽 등 화려한 볼거리와 가수들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등으로 무장, 4시간에 육박했던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YG 대표 가수 빅뱅이 꾸몄다. 콘서트 때마다 어쿠스틱 버전을 선보이는 '하루하루'를 시작으로 '거짓말' '천국' 등을 잇따라 부르며 15주년 잔칫상을 접었다.
이날 공연은 일본어로 안내 방송을 하는 등 상당수의 외국 팬들이 눈에 띄어 한류스타들이 풍성한 YG의 위상도 느낄 수 있었다.
YG패밀리는 3, 4일 이틀간 총 3회 공연을 통해 약 4만명을 끌어모았다. YG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후원하는 문화소외계층 아동 30명도 초청했다. 콘서트 티켓과 상품 판매 금액의 일부는 자신들이 지난 2009년부터 진행하는 공익캠페인 '위드(WITH)' 기금으로 적립,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공연은 2012년 1월 7~8일 일본 오사카 쿄세라돔(2회·8만명), 1월 21~22일 사이타마 슈퍼아레나(2회·만명)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