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의약품 재판매' 중견 제약회사 덜미

2013-09-10     유명식 기자

연매출 400억원대 중견 제약회사가 유효기간이 지나 반품된 의약품을 새 제품인 것처럼 속여 시중에 유통시켜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제약회사는 이런 수법으로 무려 10년 동안 비밀작업을 하면서 수십 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H제약회사 대표 서모(59)씨를 구속하고 서씨의 친형이자 회장인 서모(72)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판매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의약품 200여 품목 250만정(5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H제약회사는 2003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10여 년간 반품된 의약품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새 제품인 것처럼 재포장, 약국 4000여 곳에 재판매하면서 60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2007년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취소된 의약품 19개 품목 800만정을 계속 판매해 5억7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제약사에서 의약품의 유효기간을 위조하더라도 사실상 의사·약사들이 유효기간 위조여부를 알아낼 길이 없는 점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 서씨는 전체 직원 160여 명 중 직원 2명에게만 유효기간 위조를 직접 지시하는 방법으로 은밀히 범행했으며, 작업자들은 공장 건물 내 10㎡ 규모의 비밀창고에서 위생복도 갖추지 않은 채 맨손으로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새 포장용기에 넣는 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특히 2003년 반품된 의약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약품 제조관리 규정(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이 신설됐음에도 반품 의약품 유효기간을 연장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압수된 의약품 중에는 유효기간이 2005년 12월인 것도 포함됐다.

관리부서인 식약처는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총 생산량에 대해서만 보고를 받을 뿐 원료 구입량, 재고량, 판매량에 대해 보고를 받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

H제약에서 제조한 근육이완제를 복용한 피해자 중에는 간지러움, 몸살기운, 메스꺼움, 열꽃 증상 등을 호소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소염진통제에서 꿈틀대는 구더기를 발견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그럼에도 H제약은 전국 약국 3400여 곳, 도·소매업 180여 곳, 병·의원 130여 곳에 유통망을 형성하고 해외 수출까지 하면서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경찰의 수사개시 통보를 받고 8월21일자로 H제약이 생산 중인 229종을 포함, 과거 생산했거나 허가 취소된 품목까지 모두 900여 종에 대해 판매중지·회수조치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