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개 상임위 개최 합의…정국 정상화 신호탄?

2013-09-10     이원환 기자

9월 정기국회 '개점휴업'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일부 상임위원회를 11일부터 열어 중요 현안을 논의키로 합의함으로써 냉각된 정국의 해빙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아직 의사일정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정국 정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는 9일 오후 협의를 거쳐 상임위 개최 날짜와 의제를 정했다.

농해수위는 오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농·수·축산업계 보호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아울러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인한 농수산식품수입 문제도 함께 다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토위도 같은 날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전월세 대책과 함께 대구 KTX 사고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획재정위는 13일 전체회의를 개최, 정부로부터 경제 상황과 관련한 전반적인 현안 보고를 받기로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참석할 예정이며 세제개편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상임위 개최의 물꼬가 트인 것은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이 시급한 민생 현안 위주로 상임위별 간사 간 협의를 진행키로 하면서다. 이는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정부 여당의 태도 변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는 보류한다는 입장이다.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결산과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등은 국회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우리가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뿐 아니라 현안 중심의 상임위를 개최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기문란 사태 등에 대한 태도 변화 없이 일방적으로 결산을 빌미로 단독국회를 운운하는 것은 국정원 개혁 회피용 여론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표면적으로 '단독 결산 진행'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와는 별개로 민주당과 현안 중심의 상임위도 함께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결산은 결산대로 하고 현안은 현안대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엄포일 뿐, 실질적으로 단독 결산이 어려운 만큼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대통령 회담 등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여당 내에서 나온다.

한 핵심당직자는 통화에서 "단독으로 결산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단독 결산은 그저 방향일뿐, 정국 정상화를 위한 물밑접촉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도 "민주당이 (장외투쟁의) 출구를 찾아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상임위부터 시작하고, 본회의 일정은 대통령이 순방 후 귀국하면 어떻게 되든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겠느냐. 여당이 출구를 마련해줘야 하잖느냐"고 말했다.

실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8일 정기국회 단독 진행 의사를 밝히면서도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 "너무나도 무리한 요구"라면서도 "여야 원내지도부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황우여 대표는 10일 오후 7시 '2013년 추석맞이 팔도 농특산물 큰잔치' 행사가 열리는 서울 시청광장에 방문한다. 민주당 장외투쟁이 진행되는 곳 역시 시청광장이어서 김한길 대표와의 '깜짝만남'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