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대표 시절 만든 與 무공천 당헌, 천덕꾸러기 되나
‘부정부패 등 중대 잘못’ 확대…‘공천 안 한다’ 강화
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잇딴 낙마로 ‘대선급’ 재·보궐선거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에서 무(無)공천 규정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으로 초래된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놓고 원칙론과 현실론이 맞부딛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도입된 혁신안이 흡사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된 양상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4월 7일 재·보선 대상으로 확정된 광역단체장은 서울시장·부산시장 2곳으로, 모두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궐위에 의해 발생했다.
더욱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데 이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도 전직 비서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상태여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당헌 96조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자당 후보를 내려면 당헌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해석이다.
해당 당헌은 2015년 2·8 전당대회로 취임한 문재인 당시 대표가 공약에 따라 추진한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만든 ‘김상곤 혁신안’에 따른 것이다.
이미 민주당 당헌에 무공천 조항은 있었지만 이를 확대·강화한 것이다.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당헌(2015년 2월 개정) 112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유가 ‘부정부패’로 한정되는 데다가, 무공천도 권고 규정에 가까워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김상곤 혁신위가 2015년 6월 1차 혁신안을 발표했고, 같은 해 7월 중앙위 추인을 받아 오늘에 이른 것이 현 당헌 96조 2항이다. 무공천 사유를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확대했으며, 이행 의무 정도도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강화한 것이 골자다.
당헌대로면 ‘무공천’을 해야 하나, 초유의 대선급 광역단체장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제기된다.
이해찬 지도부는 오는 8월로 임기를 마치기에, 결국 공천 여부는 내년 재·보선을 관리할 차기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 여하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의원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내년 재보궐 선거에 당헌에 따라 무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즉답을 피하며 “시기가 되면 저도 할 말을 하겠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