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백년 수권정당 목표…난 대통령 안 만들어”

“대통령 후보, 여론이 만드는 것…제가 만드는 일 아냐”

2020-07-14     안명옥 기자
▲ 패널 질문에 답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백년은 이어나갈 수권정당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 이번 혁신의 목표”라며 “뼈대까지 바꾸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그동안 통합당이 여러 번 당명을 바꾸고 정강 정책에 일부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껍데기만 바꾼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4·15총선 패인에 대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안정 심리가 크게 작용한 탓, 공천 문제, 막말 파동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여당을 심판해야 마땅한 선거에서 야당이 심판받은 셈”이라며 “정당이 부활하는 길은 간단하다. 변화를 추구하는 정당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당이 보수정당이라는 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라며 “거기에다가 보수를 더 강조한다고 통합당이 새로 태어날 수 없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바뀐 것에 맞게 정강정책도 따라가야 하지 않겠나. 저소득층 기반으로 약자와 동행하고 시대변화에 적응해야 집권 가능하니 변화하자는 게 통합당의 정강정책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감에 대해선 “저에게 ‘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누구를 생각하고 있느냐’ 거듭 물으시는데 대통령 후보는 국민의 여론이 만드는 것이지 제가 만드는 일이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대권 후보로 급부상한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 홍정욱 전 의원, 장성민 전 의원에 대해선 “지금 거론하신 분들이 실질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 중 몇 분은 제가 상상컨대 소위 그런 욕망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영입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윤석열 총장은 지금 현재 위치에서 자기 소신대로 직무 수행하는 분”이라며 “그분이 실질적으로 대권에 대한 어떤 야망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고 정치적 성향을 알지 못해서 대통령 후보로 적합한지 단정적으로 말씀 못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선거 판세와 관련해선 “이번 당권 경쟁에서는 이낙연 후보가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당권을 잡은 후 당권과 대권의 관계는 어떻게 이뤄질 것이냐는 민주당 내에 계파 간 세력 다툼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에서 민주당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2년 후 대선에서 통합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대선 기간이 1년10개월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 사회, 경제 전반이 어떻게 될지 단정적으로 얘기 못한다”며 “한국 사회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이 양극화 현상이 더 확대될 거라는 전망이 있다. 이런 문제를 누가 해소할 수 있겠나. 이것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도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 실정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역대 이렇게 오만, 부패, 불통, 위선, 무능으로 일관하는 정권을 본 적이 없다”며 “군사정권도 이렇게 제멋대로는 아니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의, 공정, 평등 이런 얘기 많이 했는데 실질적 나타난 결과는 전혀 그것과 상관없다”며 “예를 들어 경제정책에서 포용을 강조한 것 같은데 최근 양극화 벌어지고 소득분배 양상이 악화되는데 무엇을 포용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두 대통령을 아주 가장 밀접하게 경험한 사람인데 둘 다 어떤 의미에서 정직성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선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라는 것이 통합당에 대한 소위 반대층이라 보면 된다”면서 “이게 점진적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정치권에서 비판하는 김 위원장의 ‘철새 행보’에 대해선 “저는 개인에 종속돼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서 철새니 뭐니 하는 거에 대해서 신경 안 쓴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 내가 관심가질 필요가 없다. 믿으면 또 한 번 실망하게 되고 또 한 번 사과하게 되는 일이 생기니까”라고 농담 섞인 말로 정권창출에 기여하고도 ‘배신’당했던 속마음을 드러냈다.